국내 여성 10명 중 6명이 경험하는 생리통. 그 중 2명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지는 생리통은 적극적인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생리통은 통증 자체만으로 괴로운 질환이며, 또 다른 자궁질환의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생리통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경련에 구토까지…원인 모르는 생리통= 청소년 사격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영재(가명, 17세)씨는 오랫동안 심각한 생리통을 앓았다. 경련에 구토까지 동반되는 등 통증이 극심했지만 자궁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진통제 복용만으로는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 생리기간 중에 열리는 시합은 참가를 포기할 정도라고 했다.
사례와 같이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생리통을 원발성 생리통이라고 한다. 원발성 생리통은 생리 시 생성되는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호르몬이 자궁을 수축시켜 나타난다. 보통 생리 시작 1∼2일 전이나 생리 직후부터 시작돼 2∼3일간 지속된다. 일반적으로 원발성 생리통의 치료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처방되며, 피임을 원하는 여성의 경우 호르몬 피임제(경구, 주사, 자궁내장치) 등으로 호르몬을 조절하는 치료법도 권장된다. 부작용을 우려해 진통제 복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복용하는 비마약성 소염진통제는 내성이나 중독성이 없으므로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산부인과 일각에서는 대안치료법도 모색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원영석 산부인과전문의는 생리통을 통증주사로 치료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자궁이나 척추 주변의 뭉친 근육이나 신경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원 전문의는 “근육이 수축되는 과정에서 생리통이 발생하는데, 근육이 뭉쳐있거나 신경이 눌려있을 경우 통증이 더욱 극심하게 나타난다”며 “아주 심한 생리통 환자들에게는 이런 근육을 풀어주는 치료의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생리통인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자궁질환= 자궁질환이나 골반문제로 발생하는 생리통을 ‘속발성 생리통’이라 한다. 때문에 심한 생리통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생리 시작 전부터 통증이 발생해 생리 기간 내내 아프고 생리가 끝나고도 통증이 지속되고, 통증의 종류도 골반통, 성관계시 통증, 배뇨통, 요통 등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원인질환에서 비롯된 속발성 생리통을 의심할 수 있다. 속발성 생리통은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자궁샘근증, 자궁내장치, 골반염, 자궁강 혹은 골반내유착, 골반울혈증후군, 자궁기형 등의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초음파 검사, 복강경 검사, 자궁경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진단되며, 치료법도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자궁 및 골반질환의 예방이나 조기치료를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김명환 교수는 “생리 중 나타나는 프로스타글란딘 호르몬은 강력한 혈관수축과 자궁수축을 유발하므로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통증 경감에 효과가 있다”며 “극심한 생리통이 반복되거나 평소에 없던 생리통이 생겼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 원인질환을 찾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