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장암’ 환자가 국내에서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장암 환자 수는 매년 5∼6% 이상 크게 늘면서 2012년 1만9350명에서 2017년 2만7888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남성 비율이 높았으며, 최근에는 40대에서 많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생활습관’에 있다. 암의 주요 원인은 크게 생활습관, 기저질환, 유전 등이 있는데 신장암의 경우 ‘흡연’과 ‘비만’이 큰 영향을 미친다. 40대 이상 남성은 흡연율과 비만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정진수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비뇨기과 전문의)은 “담배에 있는 수많은 유해물질은 신장암 외의 다른 암 발병과도 연관이 있는데 신장은 우리 몸에서 노폐물과 독소를 제거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그 관련성이 더 크다”며 “해독작용을 하는 장기인 간보다 재생능력이 약해 더 많은 손상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만하면 세포의 분열을 촉진하는 성장인자가 많이 분비되면서 암세포 생성 확률을 높인다. 과다한 동물성 지방 및 고에너지 음식 섭취, 고혈압 등 비만에 동반되는 만성질환도 신장암 발병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우연한 발견’에 기인한다. 40대에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우연히 종양을 발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 부속병원장은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우연하게 발견한 경우가 늘면서 조기에 발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이가 된 상태로 발견된 4기 환자도 과거에 비해 절반 줄었고, 5년 생존율도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속병원장에 따르면 현재 신장암의 5년 생존율은 80%를 넘는다. 다만 이는 1∼2기에 조기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예후가 좋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병기별로 보면 1기는 95%, 2기는 60∼80%로 5년 생존율이 높은데, 암이 국소진행된 3기는 40∼60%, 전이가 된 4기는 0∼20%에 불과하다.
신장암은 보조요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로 종양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는 1∼2기에 암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개 암을 치료할 때는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해 항암요법이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지만 신장은 효과가 거의 없고, 반응하는 비율도 5% 정도다. 그나마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는 ‘표적치료제’이다. 표적치료제는 쉽게 말해 암세포를 굶기는 것이다. 암세포를 자라게 하는 여러 물질을 억제해 암의 성장과 진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일부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비급여이기 때문에 월 400∼500만 원 이상의 약값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 부속병원장은 “신장암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로 완벽하게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완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혈뇨, 옆구리 통증, 혹 만져짐 등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기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만성콩팥병으로 투석을 하는 환자, 그중에서도 콩팥에 물혹이 생긴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신장암 발병률이 30∼100배 높다. 장기이식을 하거나 유전이 있는 분들 또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