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부터 생리대, 온수매트까지 유해물질인 ‘라돈’이 검출되면서 생활 속 방사선 노출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비해 생활방사선에 대한 표준화된 진료시스템을 마련하고, 방사선 비상사고에 대비한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두고 있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국민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려 하고 있다.
어느덧 설립 55주년을 맞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첫 여성 수장인 김미숙 원장은 “국민에게는 생활방사선연구병원으로써 더욱 친숙해지고, 과학기술특성화병원으로써 신약개발부터 산업화까지 친밀하게 연결하는 그야말로 프랜들리(Friendly)한 기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63년 서대문구 정동의 방사선의학연구소를 전신으로 두고 있는 원자력의학원은 당시 국내 에서는 처음으로 방사선치료기 ‘코발트-60’을 도입해 방사선을 활용한 암 치료의 시작을 알렸다. 5년 뒤에는 부속 암병원으로 승격 개원해 본격적인 암 치료체계를 가동했고, 의료용 동위원소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1973년 ‘원자력병원’이라는 명칭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후 국내 사망률 1위에 달하는 ‘암’과의 전쟁의 첨병에서 방사선 동위원소를 활용한 다양한 암치료연구가 이뤄졌다. 2002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피폭환자에 대한 비상진료와 교육,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개발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개념치료기술개발플랫폼구축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활건강증진부’를 구성하고, ‘방사선영향진료팀’을 꾸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김미숙 원장은 “의학원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생활방사선의 정확한 피폭검사, 상담,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표준화된 검진체계를 구축했다”며 “방사선영향진료팀에서 상담부터 진단, 진료, 교육, 연구까지 총망라하게 되고 내년부터는 연구비를 수주해 관련연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생활 속 방사선 문제는 천재지변 못지않은 큰 두려움을 주고 있다. 라돈침대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의만 5000건에 달할 정도였다. 그만큼 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대처 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생활방사선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와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토콜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원자력의학원은 국민과 함께 연구자들, 특히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친근하게 다가갈 계획이다. 당장 국내 유일의 ‘과학기술특성화병원’이란 이름을 달고 진료중심의 병원을 넘어 국가과학기술 역량을 결집하고 의료계와 과학계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의료기술과 과학기술은 각자의 영역에서 많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가 합쳐지지 못해 시너지를 충분히 내지 못했던 부분이 없지 않다”며 “과학기술특성화병원을 통해 과학기술 관련 정부출연 연구원 등에서 연구한 내용을 임상과 접목하거나 임상에서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는 등 긴밀히 연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만들어진 제품을 임상에 접목하거나 활용했다면 아이디어를 모으는 첫 단계부터 의료와 과학기술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가교가 되겠다는 취지다. 또 그는 “빅데이터 기반의 AI(인공지능) 진단, 스마트병원 등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신성장동력이 임상에 적용되도록 돕고, 나아가 신기술이 개발되고 시험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원장의 구상으로는 장기적으로 방사선의약품의 임상진입, 기술이전, 의학적 이용을 위한 방사선 연구용 기기 개발까지도 포함돼 있었다. 심지어 벌써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방사선을 활용한 동물치료기의 개발이 진행 중에 있으며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연구용 기기의 국산화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원자력의학원의 비상이 기대된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