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청소년 영재들을 선발해 인공지능(AI) 무기를 개발하는 과학자로 키우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중국 베이징공대(BIT)는 최근 AI 무기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해 18세 이하 남학생 27명과 여학생 4명 등 총 31명을 선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4년 과정의 프로그램에는 5000여명의 청소년이 지원했으며 최종 31명이 선발됐다. 베이징공대는 중국 내 최고 무기연구기관 중 하나로, 새로 출범하는 이 프로그램은 군사용 AI 기술 개발에 큰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28일 중국 최대 방산업체인 노린코 본사에서 시작됐다.

신입생 선발과정에 참여한 BIT 교수는 “이 아이들은 아주 똑똑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창의적 사고, 싸우려는 의지, 도전과제에 대한 끈기 등 여러 자질을 키우려 한다”며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려는 열정이 필요하며, 모두 애국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과학계와 방위산업 출신자 각 1명씩 2명의 멘토가 붙어 학업을 돕게 된다. 학생들은 첫 학기의 단기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 기계공학과 전기공학, 무기 디자인 등 전문 분야를 선택해 공부를 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4년 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에 들어갈 수 있으며, 중국 AI 무기 프로그램의 차세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BIT 측은 밝혔다.

어려서부터 총과 무기에 큰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는 산둥성 출신 한 학생은 중국 명문 칭화대와 입학 면접이 겹쳤지만 BIT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에 도착해 BIT로 갈지 칭화대로 갈지 고민하며 기차역에서 오랜 시간 서성이다 BIT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이버 기술 전문가인 엘리오너 포월스는 “이 프로그램은 공격적이고 전략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하는 군사연구에 학생을 배치하는 세계 최초의 대학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 교수도 “(BIT 프로그램은) 아주 나쁜 아이디어”라며 “이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초래하고 전쟁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