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집결한다. 주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8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11∼13일 열리는 제1회 파리 평화포럼은 마크롱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다. 유럽연합(EU)에서 프랑스와 함께 핵심 축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정계 은퇴를 예고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새로운 기둥으로 부각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지 언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 행사를 통해 이른바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리더 자리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과 관련한 잇단 언론 인터뷰에서 국수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수주의가 마치 ‘나병’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20세기 전반 겪었던 큰 전쟁들(1·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잊고 있다. 지금 세계가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와 비슷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이 파리 평화포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정상과 어떤 논의를 할지도 주목된다.

1차 세계대전은 20세기 초 인류가 경험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쟁이다. 세르비아 청년이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사라예보 사건’이 계기가 됐지만 세계 제국주의의 갈등이 그 근본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연합국(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과 동맹국(독일 오스트리아 오스만제국) 등 31개국이 참가했다. 4년간의 전쟁에서 사망자는 1000만명, 부상자 2000만명이 발생했고 유럽 경제는 파탄이 났다.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끝났지만 연합국이 독일에 부과한 천문학적인 배상금은 아돌프 히틀러의 집권과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의 원인이 됐다.

프랑스는 지난 4일 EU의회 본부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평화콘서트를 시작으로 1주일간 종전 100주년 행사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모랑주 등 프랑스 북동부 도시 17곳을 방문하고 있다. 모두 1차 세계대전 격전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북동부 도시 방문은 정치적인 의도도 깔려 있다. 이들 지역은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텃밭이다. 최근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마리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에 처음으로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마크롱 대통령이 일찌감치 지역 민심을 다독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1차 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는 독일이다. 메르켈 총리는 10일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100년 전 양국이 1차 대전 휴전협정에 사인했던 프랑스 레통드의 콩피에뉴 숲의 열차에서 만나 기념행사를 공동으로 치를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11일 파리 개선문에서 무명용사 묘에 참배한 뒤 파리 평화포럼에서 기조연설도 하기로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