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및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형태다. 연말 개막될 5G 시대에는 이통사와 전문의료기관이 합작한 의료 서비스도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이달 국내 1위 혈당측정기 제조사 아이센스와 손잡고 IoT 혈당측정기 ‘케어센스 N IoT’를 출시했다. 당뇨환자들이 손쉽게 혈당 수치를 측정·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휴대용 기기다. IoT 전용망이 적용돼 와이파이 연결 없이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본인 또는 가족에게 혈당 수치 등을 알릴 수 있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운동·식이상태 등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활습관을 관리해주는 당뇨 관리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헬스케어 분야는 다른 업계와 협업하는 사례가 많다. SK텔레콤은 보험사 AIA생명과 걷기목표 달성 시 혜택을 주는 ‘AIA바이탈리티 X T건강걷기’를 출시했다. AIA생명과 SK텔레콤 고객이 이 애플리케이션(앱)의 주간미션을 달성하면 통신요금과 보험료를 할인해줘 눈길을 끌었다.
KT는 이달 자사 IPTV(인터넷TV)에 명상서비스를 추가했다. ‘기가지니 명상서비스’는 국내 최대 명상 서비스 플랫폼 ‘마음챙김’ 앱에서 제공하는 400여개의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IPTV 셋톱박스에 ‘명상 실행해줘’라고 말하면 서비스가 실행된다. 힐링사운드, 명상가별, 상황별 카테고리로 구성한 개인 맞춤 명상이 제공된다. 어린이와 학생, 주부를 위한 명상도 준비돼 있다.
LG유플러스는 중앙보훈병원과 손잡고 병실에 AI 스피커와 IoT 기기, IPTV 등을 설치한 ‘U+ AI 스마트병실’을 구축할 계획이다. 노약자·치매환자를 위해 AI 스피커를 활용한 음악 심리·정신 치료를 구비할 방침이다.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아이들이 진료 순서를 기다릴 때 동화를 듣거나 어린이용 TV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통사들은 전문 의료업체와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KT는 올해 2월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와 디지털헬스케어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원격의료사업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9월에도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 및 유럽지역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어센드케어와 MOU를 체결했다.
KT의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집약시킨 모바일 건강진단 솔루션이다. 소량의 혈액과 소변으로 심혈관 질환(협심증·심근경색), 호흡기 질환, 당뇨, 전립선암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솔루션에는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통신 기능이 내장돼 있어 환자 진단 데이터를 곧바로 모바일 진료기록지에 저장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생명공학 전문기업 마크로젠 등 다양한 파트너사와 AI 유전체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는 MOU을 맺고 있다. AI 유전체 분석 솔루션은 개인 맞춤치료를 대중화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올해 8월 마크로젠과 AI 유전체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이 솔루션은 DNA 변이, 염기서열정보, 질병정보 등을 분석해 개인별 암, 희귀병 등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기술이다.
유전체 분석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긴 데이터 분석 시간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30억 쌍의 유전체를 분석할 때 들어가는 데이터만 50∼900GB에 달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SK텔레콤은 이같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AI 기반으로 분석, 축적,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머신 러닝 기술을 발전시켜 분석 시간을 최대 10분의 1까지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