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뜨끈하고 든든한 우동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찬바람이 마음까지 파고드는 날, 우동 한 그릇으로 헛헛함을 몰아내는 것도 괜찮다. 면발을 직접 반죽해 뽑아내는 일본 사누키식 우동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쓰오우동’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2000년 처음 냉장유통 제품으로 등장해 20년 가까이 사랑받는 냉장유통 가쓰오우동 제품들의 맛은 어떨까. 국민컨슈머리포트가 평가해봤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5개 브랜드 평가
냉장유통 가쓰오우동은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장조사기관 링크 아즈텍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쓰오우동 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54.8%로 가장 높았고, 풀무원(28.1%)이 2위였다. 두 제품을 합치면 82.9%다. 이어 PB제품(6.3%) 한성기업(5.4%) 오뚜기(3.1%) 순이었다. PB제품 중에는 롯데마트 ‘요리하다’가 가장 많이 팔렸다.
매출 상위 4개 제품인 CJ제일제당 ‘가쓰오우동’(2인분·5450원), 풀무원 ‘생가득 가쓰오우동’(2인분·4980원), 한성식품 ‘가쓰오우동’(1인분·1280원), 오뚜기 ‘가쓰오 사누끼 우동’(4인분·5980원)과 PB제품 요리하다 ‘정통 가쓰오우동’(2인분·3500원)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제품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송파점에서 구매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할인을 하지 않는 상품들로 골랐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같은 제품 4인분의 경우 40% 가까이 할인 판매 중이었다.
미각·후각·시각을 충족시키는 맛·향·색깔 평가
평가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에서 진행됐다. 아리아는 오는 15∼16일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고메 씨푸드 갈라 디너’를 연다. 그릴, 한·중식, 일식, 파스타, 누들 앤드 딤섬, 콜드 앤드 샐러드 등 10개 스테이션에서 시그니처 메뉴와 제철 해산물로 만든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셰프가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송이 우동도 맛볼 수 있다. 전복구이, 오이스터 그라탕, 주도로 연어 도미 난새우 초밥 4종, 훈제 농어로 만든 카르파치오 등이 제공된다. 스노 크랩, 랍스터 테일, 대하, 가리비, 갯가재, 문어숙회 등도 준비돼 있다.
평가에 들어가기 전 강태구 아리아 부주방장과 보조 셰프들이 5개 제품을 조리했다. 조리는 포장지에 적힌 방법을 충실히 따랐다. 강 부주방장은 “우동은 면이 끊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조리법에 적힌 것과 달리 우동 면을 빨리 휘저으면 면이 뚝뚝 끊긴다”며 “끓는 물에 면을 넣고 2분쯤 뒤 저어줘야 우동면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리된 제품은 ①∼⑤ 번호표가 붙은 그릇에 담아 내왔다. 면과 국물 위에 건더기를 보기 좋게 올렸다. 평가는 강 부주방장과 서현정, 안호성, 장태훈, 조영만 셰프가 맡았다. 직접 조리도 한 강 부주방장은 “번호표가 붙은 상태로 받아 조리했기 때문에 조리 중에는 어느 제품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평가는 면의 굵기·질감·맛, 국물의 색깔·향·맛, 건더기의 양과 맛, 면·국물·건더기 맛의 조화, 전체적인 풍미 등 10개 항목을 평가한 뒤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원재료와 영양구성표에 대한 평가에 이어 가격을 공개한 뒤 이를 고려해 최종 평가를 했다. 가격 평가는 1인분 100g당 가격으로 했다. 1인분 용량은 232.5∼242.3g으로 조금씩 달랐다. 최고 5점, 최저 1점의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셰프들은 그릇에 담긴 우동 국물의 색깔, 면의 굵기, 건더기의 양을 먼저 살폈다. 이후 면의 질감, 국물의 향까지 꼼꼼히 따지며 맛봤다. 전반적으로 가쓰오부시(가다랑어 말린 것)를 우려낸 맛보다 간장 맛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렬함 대신 섬세하고 조화로운 맛에 호평
평가 결과 시장 점유율 2위인 풀무원 ‘생가득 가쓰오우동’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5점 만점에 3.8점으로 1위에 올랐다. 풀무원 우동은 면의 질감(4.0점), 국물의 색깔(3.6점), 영양성분평가(3.6점)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1차 종합평가에서는 2위(3.4점)였으나 나트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순위를 바꾸는 데 한몫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우동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나트륨 함량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풀무원 우동 1인분에는 하루 필요량 대비 나트륨 함량이 79%였다. 경쟁제품인 CJ제일제당 제품은 83%였다. 우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하루에 우동만 8∼9번씩 먹은 경험이 있다는 조영만 셰프는 풀무원 제품에 대해 “면의 굵기, 질감도 가장 뛰어나고 국물의 맛과 향이 잘 어우러진 제품”이라고 호평했다.
2위는 점유율 1위 CJ제일제당 ‘가쓰오우동’(3.6점)이 차지했다. CJ제일제당 우동은 1차 평가에서 3.8점으로 1위였다. 하지만 가격(1인분 100g당 1169원)이 가장 비싼 점 때문에 2위로 밀려났다. 국내 최초로 냉장 가쓰오우동을 출시한 원조인 만큼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제품이라는 평가가 두루 나왔다. 서현정 셰프는 “면발이 탱글탱글하고 부드럽고 찰지다. 면과 국물, 건더기까지 밸런스가 좋다”고 호평했다. 강태구 부주방장은 “가격이 다른 제품들에 비해 비싸지만 가끔 사먹는다고 했을 때 조금 더 쓸 수 있을 법한 맛”이라고 평가했다. 사누키식 우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면’인데, CJ제일제당 제품은 면의 맛(4.0점) 굵기(4.4점) 질감(4.0점)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오뚜기 ‘가쓰오 사누끼 우동’은 3.4점으로 3위에 올랐다. 1차 종합평가에서는 풀무원 우동과 동점으로 2위였다. 오뚜기 우동은 나트륨 함량이 103%로 가장 높은 점이 다소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오뚜기 우동은 면보다는 국물과 건더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격도 5개 제품 중 2번째로 저렴해 가성비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안호성 셰프는 “국물에서 약간 매콤한 맛이 나는데, 매운맛을 좋아하는 분들의 기호와 맞을 것 같다. 대체로 무난한 맛”이라고 평가했다.
4위는 요리하다 ‘정통 가쓰오 우동’(3.2점)이 올랐다. 요리하다 제품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종합평가에서 2명의 셰프에게 최고점을 받았으나 1명은 최저점을 줬다. 맛, 향, 색깔, 건더기의 양 등이 ‘너무 강하다’는 게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장태훈 셰프는 “건더기의 씹히는 느낌이 좋다. 맛이 세긴 한데 여운이 남고 감칠맛이 돈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영만 셰프는 “주재료와 부재료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간장 맛이 많이 나서 면의 맛을 살려내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한성식품 ‘가쓰오우동’(1.4점)은 다른 4개 제품보다 눈에 띄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1차 평가(1.2점)에서는 더 낮았으나 영양성분(3.2점) 평가에서 2위에 오르며 최종 점수를 조금 회복했다. 다만 나트륨 함량은 71%로 5개 제품 중 가장 낮았다. 가성비가 뛰어나고, 1인분씩 판매해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서현정 셰프는 “면발이 얇고 신맛이 많이 나서 우동의 풍미를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