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국회에 공식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도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농단 관련자들의 재판을 어떻게 배당해 공정성을 기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요청에 따라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 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보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고, 변협 등 다른 기관의 개입으로 담당 법관을 정하기 때문에 헌법상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며 공식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특별재판부 외에 다른 어떤 방법으로 사법농단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 전체회의에서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한 수단이 무작위 재판 배당”이라고 강조하면서도 “1심 재판부 중 관련자를 빼면 5개 재판부만 남는데 무작위 배당이 공정할 수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
실제 1심을 관할할 가능성이 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13명 중 절반가량이 사법농단 핵심 피의자들과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했거나 참고인 혹은 피해자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 전 차장은 구속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와 곧 재판에 넘겨진다. 법원은 사건 배당 방안을 고심 중이지만 현재 선택지는 많지 않다. 무작위 배당을 할 경우 피고인과 법관 사이 인연 등으로 재판부가 변경돼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임 전 차장 이후 기소될 사법농단 연루자가 한두 명이 아니고, 항소심에서도 재판부 배당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때문에 법원 안팎에선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예규 등에 따라 기존 형사재판부가 아닌 별도의 재판부에서 사건을 담당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박 의원은 “법원은 (재판부) 회피나 기피를 언급하지만, 실질적으로 활용되기 쉽지 않은 제도”라면서 “이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전직 대법관 재판이 더 문제다. 임 전 차장의 경우 먼저 기소되더라도 (특별재판부가 도입되면) 재배당하거나 병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대법원과 달리 “위헌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재판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입법 정책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미 다수의 특별검사법이 사건을 특정법원에 전속 관할로 규정한 사례가 있다”면서 “통상의 사건 배당권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측면은 있으나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2배수로 규정하고 대법원장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어 사법권 독립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대용 구자창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