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는데 3년’이란 말이 있다. 골프 속설이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초보들은 언뜻 보기에도 잔뜩 힘을 주고 친다. 멀리 치고자 할 때 더욱 그렇게 된다. 그러다 뒤땅을 치기 일쑤이고 십중팔구는 공이 멀리 나가지도 않는다. 생각과 다르다. 프로 선수들은 물 흐르듯 가볍게 스윙을 하는데 참 잘 치고 멀리 보낸다.
다른 운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쓸데없이 힘을 주면 잘 안 될 때가 많다. 힘 빼기 기술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닌 듯하다.
필자도 진료 중 “힘을 빼세요”라는 말을 환자에게 자주 하는 편이다. 진찰할 때 온 몸이 경직되는 분들이 있어서다. 힘을 빼야 진찰을 할 수 있다고 주문을 하면 “나, 힘 안 주고 있는데요?”라고 대답하기 일쑤이다. 자기가 힘을 주고 있는 줄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란 말이다. 이럴 경우 그냥 힘을 빼라고 얘기하는 것은 상황 개선에 별 도움이 안 된다. 힘 빼는 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
일단 어깨 한 번 으쓱하고 코로 숨을 한 번 크게 쉬도록 한다. 그러곤 입을 반쯤 벌리고 숨쉬기를 반복하게 한다. 또 일정한 리듬을 탈 수 있도록 숨을 내쉴 때마다 하나, 둘 숫자를 세보라 한다.
별로 긴장을 안 하는 사람들은 그냥 힘을 빼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내시경 등 진단 기구가 몸에 닿으면 놀라서 갑자기 힘이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미리 얘기를 해주고 놀라지 말고 숫자 세기에 집중해 보라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배변 활동 역시 너무 세게 보는 것은 안 좋다. 원래 신호가 왔을 때 바로 배변을 하면 힘 안 들이고 쉽게 볼 일을 볼 수 있다. 가장 자연스럽고 생리적인 배변 활동이다.
그러나 바쁘게 살다 보면 신호가 왔을 때 바로 배변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일단 참았다가 나중에 보기가 습관화되면 배변리듬이 깨지게 된다. 그리고 배변 신호가 없을 때 억지로 배변을 하려 들면 아무래도 잘 안 된다.
배변 시 대부분의 힘은 장운동에서 나온다. 그 힘을 못 쓰고 억지로 복부에 힘을 주는 ‘부차적인 힘’만으로 배변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생리적 리듬을 따라야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억지로 하려 드니까 잘 안 되는 게 배변활동이다.
공 잘 치는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대개 “그냥 치면 된다”고 말한다. 배변 활동도 몸이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평소에 훈련을 해주는 것이 좋다.
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