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췌장암 극복에 옻나무 추출물이 유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윤성우(사진) 교수 연구팀은 2016년 여름부터 췌장암세포에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 물질)을 제거한 옻나무 추출물을 투여하고 금년 여름까지 2년여 간 지켜본 결과 평균 85%의 암세포 전이 및 증식 억제율을 보였다고 12일 밝혔다.
옻나무는 전통 한의서에 ‘건칠(乾漆)’이라는 약명으로 소개돼 있는 약초다. 어혈(瘀血·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해 한 곳에 정체돼 있는 상태)과 적취(積聚·혹이 생겨 솟아오른 증상)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항염, 항암 작용도 기대된다.
연구결과 옻나무 추출물은 여기에다 췌장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단백질로 알려진 ‘무신4(MUC4)’와 ‘포칼 어드히전 키나제’(FAK)의 활성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우리 몸에는 DNA의 특정 부위와 결합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전사인자 단백질이 있다. 암세포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싹을 틔우고 무신4 등과 같은 전사인자의 영향으로 암 조직으로 변화한다.
알레르겐 제거 옻나무 추출물은 이 과정에서 종양, 특히 췌장암 전사인자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험관 내 세포실험에서 STAT1과 STAT3 전사인자의 신호전달 경로를 하향 조절하고 췌장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무신4 단백질의 발현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옻나무 추출물이 이 같이 췌장암 전사인자 무신4 등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입증되기는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 온콜로지 리포츠(Oncology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