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젊은 나이에 LG그룹 사령탑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파격과 정석, 두 키워드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정보다 변화를 추구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두고 ‘뉴LG’를 향한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 3M의 신학철(61) 수석부회장이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9일 내정되자 LG그룹 내부는 물론 재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LG그룹 전체에서 찾아봐도 외부 인물이 CEO로 영입된 경우는 이번이 세 번째에 불과해 매우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LG화학은 신 부회장에 대해 “세계적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한 경영인”이라며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 문화와 체질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계는 신 부회장 영입 배경 중에서 변화와 혁신, 두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이 그룹 전반에 걸쳐 인적 쇄신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구 회장은 지난 6월 이사회에서는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LG 계열사별 CEO 인사 때 물갈이 수준의 인적 변화가 예상된다. 구 회장이 LG화학 인사를 통해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만큼 순혈주의 타파와 세대교체 진행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LG그룹 관계자는 11일 “인사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LG그룹 내부에서 파격 행보를 보여준 구 회장은 대외적으로는 정공법을 선택하고 있다. LG그룹은 “구 회장은 이달 말까지 ㈜LG 및 LG CNS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회장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72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돈은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속세와 관련해 편법과 불법이 만연한 재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LG그룹은 미래 경영체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너 리스크’ 등 불필요한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이 지난 10월 판토스 지분 7.5%를 전량 매각한 것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 투명경영을 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앞서 구 회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LG CNS 지분 1.12%를 상속받았다. 당초 구 회장은 LG CNS 지분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상속으로 지분율이 1.12%가 됐다. 이는 그룹 지주사인 ㈜LG의 LG CNS 지분율 84.95% 다음으로 높다. ㈜LG 주식의 경우 구 회장이 구본무 회장의 주식 11.3% 중에서 8.8%를 물려받으면서 15%의 지분율로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