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처음 시작할 때 직원은 12명이었어요. 제가 이 회사를 떠날 때 전 세계 직원이 3만명으로 늘었죠.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파괴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누나인 랜디 저커버그(36)는 지난 9일 부산 해운대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서밋’ 기조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 초기 멤버이자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페이스북의 성장을 이끌었던 저커버그는 300여명의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과 예비창업자들에게 창의적인 환경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강연 주제는 ‘미래의 소비자’였다. 저커버그는 “고객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희소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페이스북 합류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단 한 번도 개발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예를 든 것은 에너지 드링크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음료 업체 ‘레드불’의 ‘스트라토스 프로젝트’였다. 이는 고도 39㎞의 성층권에서 인간을 자유낙하시키는 프로젝트인데, 2012년 전 세계 800만명이 실시간으로 이 모습을 봤다. 레드불은 이 영상이 크게 히트치면서 약 9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드를 알렸다고 한다. 저버커그는 “매일 수백만개의 콘텐츠가 쏟아지기 때문에 희소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누구와 일하고 있는지를 알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생의 멘토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다.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혁신적인) ‘파괴’를 만들 기회는 없다”며 “실패는 당연한 것이며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서 뛰면 된다”고 조언했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도 나눴다. 저커버그는 “내가 만든 제품이 10∼20년 뒤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없다”며 “이 기술이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증강·가상현실(AR·VR) 전략 컨설팅 회사 ‘인데버VR’의 창립자 겸 CEO 에이미 펙의 이야기도 도움이 됐다. 펙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곳곳의 기회를 잘 살펴보는 게 좋겠다”면서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고민하는 데서 그 일을 시작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부산=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