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11일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 할인판매 행사에서 오후 3시49분39초(현지시간)에 지난해 하루 전체 매출액 1682억 위안(약 27조3443억원)을 돌파,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24시간 동안의 매출액을 16시간도 되지 않아 뛰어넘은 것이다.
기록 경신의 조짐은 알리바바는 T몰을 포함한 알리바바의 여러 사이트를 통해 11일 0시 행사를 시작한 지 2분5초 만에 거래액이 100억 위안(1조6000억원)을 돌파했을 때부터 예상됐다. 지난해 100억 위안을 넘어서는 데 걸린 기록(3분1초)을 1분 가까이 앞당긴 것이다. 100억 위안 돌파 시간은 2015년엔 12분28초, 2016년엔 6분8초였다. 또 거래액 1000억 위안(16조2000억원) 돌파에는 1시간47분이 걸려 지난해 기록(9시간4초)을 7시간 넘게 단축했다.
이번 신기록은 알리바바의 동남아 자회사 라자다, 음식배달 자회사 어러머, 슈퍼마켓 체인 허마 등의 참여에 힘입은 게 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올해 행사에는 75개국, 1만9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여했다.
광군제 행사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본떠 2009년 시작됐지만 이미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규모를 훨씬 뛰어넘어 세계 최대 할인 행사로 성장했다. 올해는 거래 규모가 36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경제 위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이날 신기록을 세운 판매 기록으로 소비심리 냉각 우려가 다소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다. 광군제 행사는 중국에서 애인이 없는 독신자라는 뜻의 ‘광군’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솔로’를 뜻하는 숫자 1이 4개 겹치는 11월 11일 24시간 동안만 할인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광군제 행사에서 가장 인기 많은 브랜드는 샤오미와 애플, 중국에서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다이슨이라고 알리바바는 밝혔다.
광군제 당일에 앞서 진행된 사전 예약판매에서는 33개 주요 브랜드들이 주문량 1억 위안(160억원)을 넘어섰으며 자동차 브랜드인 뷰익은 7000대 주문을 받았다. 광군제 행사 시작 후 30분도 되지 않아 나이키와 유니클로, 아디다스, 프록터앤드갬블(P&G), 샤오미, 애플 등 30개 브랜드가 매출 1억 위안을 돌파했다. 또 광군제 행사를 위해 마련된 맥 립스틱 한정판은 불과 1초 만에 3700개가 완판됐다.
건강보조식품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무브프리’ ‘GNC’ 등 해외 브랜드가 가장 많이 팔리는 해외 직구(직접구매) 제품 상위권에 올랐다. 해외 직구 국가별 순위에서는 일본이 지난해에 이어 1위, 미국이 2위를 기록했다. 2016년 3위에서 지난해 사드 갈등과 한한령(限韓令)으로 5위까지 밀렸던 한국은 올해 3위로 복귀했다.
알리바바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플랫폼도 적극 동원해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신유통 개념을 적극 활용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알리바바 그룹 최고경영자 마윈은 올해 10주년을 맞은 광군제 전야제 무대에 직접 오르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인사를 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광군제는 판매상들이 가장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보답하는 날”이라며 “광군제는 문화 교류이고, 중국이 만들고 세계가 함께하는 축제”라고 강조했다. 마윈은 지난해에는 무술인 차림으로 등장해 액션스타들과 쿵푸를 겨루는 쇼를 연출했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