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에서 의붓어머니와 딸의 갈등설이 또다시 불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48·왼쪽) 여사와 장녀 이방카(37) 백악관 보좌관 얘기다. 11살 차이의 법률적 모녀가 백악관 안주인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 갈등설의 핵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백악관의 과제, 영부인과 장녀의 역할 균형’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 역사상 의붓어머니와 딸이 권력 갈등을 빚은 사례가 없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굳이 비슷한 경우를 찾자면 어머니와 부인이 경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례가 있을 뿐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부인이고,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첫 부인인 이바나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의 아프리카 방문이 이번 갈등설의 진원지가 됐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달 초 가나 말라위 케냐 이집트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첫 단독 해외순방이었다. 이방카 보좌관도 내년 1월 아프리카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의 아프리카 방문은 빈곤 해결 등 자선 목적이 컸다. 반면 이방카의 방문은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과 함께 아프리카를 찾아 백악관과의 비공식적 소통 확대, 아프리카와의 경제 협력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함께 활동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방문을 둘러싼 상반된 행보가 언론에는 두 사람의 기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는 것이다. NYT는 백악관 관리들이 둘 사이 경쟁적인 아프리카 방문 계획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멜라니아 여사는 조용히 사적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남편의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불법 이민자 부모·자녀 격리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방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립과 자문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중간선거 공화당 지원 유세에 참여하기도 했다.
퍼스트레이디와 퍼스트도터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구분이 없는 것은 혼란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중복되는 업무 영역이 많다 보니 충돌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권력욕이 강한 이방카가 영부인 역할까지 넘보면서 멜라니아 여사의 권한을 침범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백악관은 불화설을 부인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두 사람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서로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