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빚어놓은 듯 오밀조밀 어여쁜 얼굴. 요리조리 살펴봐도 분명 익히 알던 이나영(39)이 맞다. 그런데 이 배우, 입만 떼면 반전이다. “저는 신비주의가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하실까요. 정말 특별한 게 없어요.” 이런 털털함이란 그에게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로 6년 만에 돌아온 이나영을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부터 튀어나왔다. 대답은 역시나 솔직담백했다. “평범하게 지냈어요. 아무래도 가정이 생겼으니 집안일을 하고, 밖에 나와 운동도 하고, 가끔 대본 회의도 하고….”
이나영의 복귀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적지 않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이름난 거장 감독의 작품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대작도 아닌 신인감독이 연출하는 저예산 영화에 선뜻 출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나영은 “제 주위 분들도 ‘너 왜 그러냐’고 하더라”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보자마자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생각했죠. 그러고 나서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어요. 어느 정도의 진중함을 작품에 담아 내실지가 중요했으니까요. 감독님이 연출한 탈북민 소재의 다큐멘터리 영화 ‘마담B’를 보고 확신이 들었죠.”
오는 21일 개봉하는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는 조선족 남편(오광록)과 아들(장동윤)을 떠나 홀로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이나영)의 굴곡진 삶을 그린 영화다. 극 중 이름도 없는 탈북 여성을 연기한 이나영은 20년에 걸친 인물의 거친 세월을 절제된 감정으로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이나영은 “내가 ‘인생 영화’로 꼽는 중국 배우 공리 주연의 ‘귀주 이야기’(1994) ‘인생’(1995) 같은 작품이 떠오르더라. 극의 분위기 자체가 비슷하게 느껴졌다”고 만족해했다. 눈빛이 깊어졌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인간은 매일매일 변하지 않나.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결혼과 출산으로 한동안 공백기를 가진 이나영은 “항상 연기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때로 좋은 영화를 보면 부럽기도 했다고. 그런데 복귀하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을까. “좀 느리더라도, 제 호흡대로, 제가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싶었어요. 물론 부담은 있었지만요.”
복귀 과정에서 남편인 배우 원빈(41)이 큰 힘을 실어줬다. 이나영은 “오빠가 ‘뷰티풀 데이즈’ 시나리오를 보고 ‘소화해야 하는 감정이 녹록지 않아 어려울 테지만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줬다”면서 “얼마 전 예고편을 보고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원빈은 한술 더 떠 ‘아저씨’(2010) 이후 8년째 연기를 쉬고 있다. 남편은 언제쯤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나영은 “그러게 왜 (작품을) 안 해서 그렇게 욕을 먹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원빈씨는 작품으로 휴머니즘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그런 장르의 시나리오를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엄마 이나영’ ‘아빠 원빈’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이와 친구처럼 잘 놀아요. 다른 분들이 ‘둘이 집에서 얘기는 하냐’고 그러시던데, 저희 말 많이 해요(웃음).” 부부가 함께 작품을 해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엔 “종종 장난으로는 그런 얘기 많이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재 이나영은 차기작인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tvN)을 촬영 중이다. 상대 배우는 데뷔 때부터 줄곧 이나영을 이상형으로 꼽아 온 후배 이종석(29). “제 앞에선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아서…. 지금은 아닌 것 같은데요? 하하. 저 역시 이종석씨의 팬입니다.”
다시 연기하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느냐는 말에 이나영은 “아직 촬영 초반이라 재미를 느끼기보다 많이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연기는 항상 매력적이다. 할 때마다 어려워서 더 매달리고 싶다”고 얘기했다. 큼지막한 두 눈을 반짝이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