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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에게 보고하라”… 빈 살만 연루 정황 또 나와



무함마드 빈 살만(사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직후 현장요원으로부터 간접 보고를 받은 정황이 새로 드러났다. 당시 카슈끄지 살해에 가담한 사우디 요원 중 한 사람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아랍어로 “보스에게 보고하라(tell your boss)”고 말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런 내용은 지난달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되던 당시 터키 정보 당국이 수집한 녹음파일에 담겨 있다.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터키를 직접 방문해 녹음 내용을 들은 바 있다. 미국 정보 관계자들은 여기서 언급된 ‘보스’가 빈 살만 왕세자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터키 정보 당국은 전화를 건 사람이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라고 미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트레브는 빈 살만 왕세자의 해외 순방 때 경호원으로 자주 동행했던 인물이다. 그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 중 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무트레브는 당시 통화에서 “일이 끝났다(the deed was done)”는 말도 했다.

전직 CIA 요원인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NYT에 “사실상 ‘스모킹 건’으로 볼 수 있다”며 “(빈 살만 왕세자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터키 정부 관리들은 녹음 내용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 증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며 터키 정부에서 받은 녹취록에는 해당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며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녹음 내용은 매우 끔찍했다”며 “녹음을 들은 사우디 요원이 ‘살인자가 마약에 취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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