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삭간몰(삿갓몰) 미사일 기지’ 논란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내용이며 새로운 것이 없다”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미국 내에서 확산돼 북·미 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삭간몰 미사일 기지 논란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북한이 거대한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불길이 번질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발전시킨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면서 “또 다른 가짜뉴스가 나왔다”고 부인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일들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나빠지면 내가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해 이미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미사일 기지 운용을 북한의 통상적인 군사 활동으로 해석했다.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는 것이 북·미 비핵화 합의를 어겼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삭간몰 기지 논란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의 브리핑을 받은 직후 이번 트위터 메시지를 내놓았다. 상세한 정보를 보고 받은 뒤 삭간몰 기지가 북한의 ‘약속 위반’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시지는 청와대가 “한·미 정보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라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삭간몰 기지 논란을 진화시키는 데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총출동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우리는 북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매우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이 삭간몰 기지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대목이다.

미 국무부의 헤더 나워트 대변인도 가세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국무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미 비핵화 협상 성과를 진전으로 보고 있다”고 전제한 뒤 “많은 사람들은 그 생각에 대해 콧방귀(pooh-pooh)를 뀌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북·미 대화의 발목을 잡으려는 회의론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나워트 대변인은 개최 전날 전격 취소된 북·미 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적당한 시기에 북·미 고위급 회담 일정이 잡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 정부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