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외부위원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한국당은 혁신을 거부하는 당이다. 희생과 반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떠한 미래도 없다. 이런 당에 미련이 없다”고 비난했다. 다만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조강특위 인선 개입 등 추가 폭로 가능성에 대해서는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전 변호사는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한국당의 조강특위 위원 제안을 수락한 것은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함이었다”며 “그 유일한 방법은 당 정체성을 바로잡고 인물 교체로 면모를 일신하는 것이었기에 인적 청산의 전권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 꿈은 사라졌다.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희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제가 할 역할은 없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과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전 변호사는 “지도부는 전당대회를 늦출 수 없는 이유로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얘기했다. 잘하면 3곳, 아니면 1곳뿐인 재보선 때문에 당 쇄신을 미루고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름조차 모르는 비대위원들이 언행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저는 그분들에게 그런 경고를 받을 어떤 언행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대위가 조강특위 위원들과 서울시내 한 최고급 식당에서 만찬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최고급 식당에서의 만찬에 당비가 사용된다면 이는 세금으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며, 만약 특정인이 비용을 낸다면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이 자신을 해촉한 직후 ‘팔을 자르는 심경으로 전 변호사를 해촉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제가 그분의 수족(手足)이냐. 현대 정당민주주의를 대단히 오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또 “인적쇄신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당대표나 원내대표를 지냈거나 당권 주자로 언론에 나온 8∼12명은 (다음 총선 때) 험지 출마로 자기희생을 하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향후 활동에 관해 “흔히 말하는 보수 궤멸을 막기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전 변호사의 회견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히 이야기드릴 게 없다. 담담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된 조기 전당대회 주장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내가 안 흔들리고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특위 위원장인 김용태 사무총장은 “조강특위를 통한 인적쇄신을 흔들림 없이 해나가겠다”며 “이르면 15일 전 변호사 후임 외부위원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이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