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영화 11편 처리” SK하이닉스, 차세대 D램 개발 성공





최근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고점 논란’이 뜨겁지만 정작 업계는 2020년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2020년은 메모리 반도체 DDR4 D램을 잇는 DDR5에 대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생기는 시점이다. 각 업체는 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에 경쟁적으로 힘을 쏟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의 공식 규격을 적용한 DDR5 D램(사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DDR은 PC에 사용되는 D램의 표준 규격이다. 현재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1600∼3200Mbps 수준인 DDR4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 16기가비트(Gb) DDR5 D램은 전송 속도가 5300Mbps로 기존 제품의 최대치(3200Mbps) 대비 1.6배 빠르다.

이는 3.8기가바이트(GB) 용량의 풀HD(FHD)급 영화 11편에 해당하는 41.6GB의 데이터를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작 전압은 DDR4 대비 0.1V 낮아져 전력 소비량을 30% 줄일 수 있다.

신제품은 최근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 8Gb DDR4 D램과 같은 미세 공정을 적용해 만들어졌고 주요 칩셋 업체에 이미 제공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은 상용화하지 않은 DDR5 D램을 처음으로 칩셋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칩셋 업체에 제공된 제품은 서버·PC에 쓰이는 RDIMM과 UDIMM이다.

이들 제품은 칩 내부에 오류를 고치는 회로를 내장하고 있어 고용량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D램의 읽기·쓰기 회로를 최적 상태로 조정하는 고속 트레이닝과 전송할 때 잡음을 제거하는 DFE, 읽기 데이터의 왜곡이나 잡음을 대폭 줄이는 DLL·DCC 회로 등 초고속 동작을 위한 각종 신기술이 적용됐다.

SK하이닉스 D램개발사업 VPD 담당 조주환 상무는 “세계 최초로 JEDEC 표준 규격의 DDR5 D램 제품을 만든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DDR5 시장이 열리는 2020년부터 본격 양산을 개시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0년부터 DDR5 D램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해 2021년에는 전체 D램 시장의 25%, 2022년에는 44%로 그 비중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6Gb DDR5 D램 개발을 완료했고, 경기도 평택캠퍼스의 최신 라인에서 양산 체제를 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라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은 앞으로도 기술 격차를 통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DDR5를 비롯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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