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 중인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 문제와 관련해 4개 섬의 일괄 반환이 아닌 2개 섬 반환을 우선 협상하기로 전략을 바꿨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날 싱가포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양국이 지난 1956년 체결한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가속화할 예정”이라고 일본 취재진에게 밝혔다. 또 “전후 70년 넘게 이어진 과제(쿠릴 4개 섬 반환)를 다음 세대에 미루지 않고 나와 푸틴 대통령의 손에서 반드시 종지부를 찍는다는 강한 의지를 완전히 공유했다”고 말했다. 러·일 양국은 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내년 초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데도 합의했다.
일본은 1905년 러·일 전쟁 승리 후 쿠릴 4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2차대전에서 승리한 옛 소련이 쿠릴 4개 섬을 자국의 영토로 선언했고, 지금까지 실효지배 중이다. 일본과 옛 소련은 소·일 공동선언으로 국교를 회복하면서 평화조약 체결 후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를 일본에 인도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이 60년 미국과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한 것에 반발한 옛 소련이 반환 약속을 취소했다. 이후 일본 보수진영은 구나시리(國後)와 에토로후(擇捉)까지 4개 섬을 모두 반환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번 회담에선 아베 총리가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2개 섬 반환을 먼저 추진한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와 러시아의 영토협상에서 2개 섬을 시작으로 최종적으로는 4개 섬 반환을 기본방침으로 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그러면서도 러시아 반발로 북방영토 협상이 일본 뜻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일 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이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고만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쿠릴 4개 섬의 주권은 러시아에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