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딸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숙명여고 시험유출 사태’가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이 최종 A씨를 재판에 넘기면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내신 등 학사관리에 대한 신뢰를 뒤흔든 이번 사태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경찰은 지난 12일 A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쌍둥이 딸들도 공범으로 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시험 문제와 답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 A씨의 범죄 혐의다. A씨에게 적용된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현행법상 최대 5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법원은 최근 숙명여고 사건과 유사한 사안에서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류종명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교 행정실장 B씨와 함께 기소된 학부모 C씨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학교운영위원장 C씨가 ‘아들 시험에 도움을 달라’며 시험지를 빼내 달라고 부탁하자 올해 1학기 학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지를 복사해 C씨에게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류 부장판사는 판결에서 “1점의 점수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선량한 학생들과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학부모, 교직원들, 이런 노력의 과정과 결과를 믿어온 우리 사회에 크나큰 충격과 분노와 불신을 초래했다”고 꾸짖었다.
이 사건에서 B씨는 학교 중간고사를 앞둔 4월과 기말고사를 앞둔 7월 두 차례에 걸쳐 행정실 직원들이 퇴근한 후 당직함에 보관된 열쇠를 이용해 시험이 원본이 보관된 곳으로 들어가 시험지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시험지를 복사해 원본은 되돌려 놓고 복사본을 C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고사 때 7과목, 기말고사 때 9과목의 시험지가 유출됐다. 재판에선 학교 시험지와 복사 정보, CCTV 영상 등이 주요 증거가 됐다.
자신의 자녀에게 직접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숙명여고 사태 속 A씨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찰은 A씨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5차례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한 것으로 보고 답안이 깨알같이 작게 적힌 시험지와 암기장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또 시험지 보관 금고의 비밀번호를 A씨가 알고 있던 점도 유출의 근거로 들었다.
다만 CCTV 영상과 복사된 시험지 등이 확보됐던 B씨 사건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가 많은 점은 향후 재판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경찰은 “유출 경로는 특정하지 못했다”며 “수사하면서 여러 정황을 봤을 때 A씨가 유출한 게 맞다고 봤다”고 밝혔다. A씨가 어떻게 시험지와 답을 유출했는지에 대해선 “복사기를 사용했을 수도, 시험지를 보고 적었을 수도, 사진을 찍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