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민감한 질문을 했다 ‘질문 독점’을 이유로 백악관 출입정지 조치를 당한 CNN방송 기자와 트럼프 행정부가 14일(현지시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CNN의 변호인 테드 부트러스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백악관의 CNN 기자 출입정지가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짐 아코스타 기자의 백악관 출입증을 돌려주는 가처분명령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부트러스는 “백악관이 아코스타 기자의 출입정지 근거로 내세운 ‘무례’는 공격적인 기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변호인인 제임스 버넘은 그러나 아코스타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방해한 게 출입정지 조치의 배경이라고 맞섰다. 그는 “CNN에 백악관 출입증을 가진 기자가 많다. 이 때문에 아코스타의 출입정지는 CNN의 백악관 취재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의견서를 통해 출입정지 조치를 ‘대통령과 백악관의 포괄적인 재량’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매체 데일리콜러와의 인터뷰에서 “소리를 지르고 자리에 앉길 거부하는 게 언론 자유인가”라며 “아코스타 같은 사람은 나라에 해가 된다”고 비난했다.
앞서 미국 주류 언론사들은 백악관의 CNN 기자 출입정지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언론사 폭스뉴스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트럼프의 거의 유일한 우군마저 트럼프를 배신한 셈이 됐다. 의견서를 낸 언론사는 AP통신 NBC뉴스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13곳이다. 제이 월리스 폭스뉴스 사장은 성명에서 “폭스뉴스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출입증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CNN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코스타 기자는 백악관 출입정지 조치와는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 취재는 계속하고 있다. 아코스타 기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파리를 방문했을 때 에어포스원을 탔던 다른 기자들과 달리 민항기를 타고 파리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CNN의 불편한 관계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런던에서 열린 테리사 메이 총리와의 기자회견장에서 아코스타 기자가 질문하려 하자 “가짜뉴스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묵살했다. 러시아스캔들 문제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불편한 질문을 해온 그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