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 정상들을 상대로 신남방정책 협조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와 각각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키로 합의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선텍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틀째 세일즈 외교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동아시아라는 이름으로 하나 되어 세계 경제 규모의 30% 이상을 담당하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협력체로 성장했다”며 “동아시아공동체 건설이란 우리 꿈 역시 아세안+3가 중심이 돼 담대하게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금융 유동성 및 식량 위기 등 위기대응 협력체계 강화, 교통·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규정·시스템 통일, 삶의 질 향상, 인재 양성 강화 등을 제안했다. 전날 열린 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도 “대한민국이 아세안의 5위 교역 대상국이자 해외직접투자국인 점 등 양측 간 의미 있는 경제 관계에 주목한다”며 2020년까지 상호 교역액 2000억 달러(약 226조원) 달성을 위한 교류·투자 확대 방안을 담은 의장성명을 이날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GS건설의 싱가포르 T301 차량기지 건설 현장도 방문했다. 1조7000억원 규모의 T301 프로젝트는 3개 노선 220대 약 985량의 지하철 차량과 버스 76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대규모 빌딩형 차량기지다.
문 대통령은 “현장을 둘러보면서 우리 건설기술이 역시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다시 한 번 갖게 된다”며 “여러분의 땀과 노력이 세계 건설 역사에 또 하나의 큰 발자국을 남길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저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경제 협력 분야로 인프라를 강조한 바 있다. 건설인 여러분이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통상장관을 각각 면담하고 FTA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김 본부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인도네시아 자동차 100대 가운데 99대는 일본 차”라며 “일본은 아세안 10개국 중 7개국과 양자 FTA를 갖고 아세안 시장을 각개격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을 끝으로 싱가포르 방문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파푸아뉴기니로 이동,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싱가포르=강준구 기자, 정건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