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미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있으며 북한 비핵화를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지도 않다는 미국 의회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 비핵화가 여의치 않다면 중국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 붕괴 직후 한반도에서 한·미 양국과 중국이 군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적 불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14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중국 정부는 이미 대북 제재 완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움직임은 미국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 정책을 약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UCESRC는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상황 및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과 기업, 정부 관료의 리스트를 담은 보고서를 180일 이내에 재무부로부터 제출받으라고 의회에 권고했다.
UCESRC는 올해 들어 나타난 북·중 경제교류 활성화를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징후로 해석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동북 지방의 일터로 되돌아갔고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방문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북·중 항공편 운항과 고위급 경제 대화도 재개됐다. UCESRC는 중국이 오래전부터 대북 원유 공급 등 북한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원 수단을 활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UCESRC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 목표가 한·미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반도 북부 지역에서 정세 불안과 전쟁이 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한·미동맹 약화를 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이런 목표와 비교하면 북한 핵탄두 및 장거리 미사일 해체는 부차적이다. UCESRC는 중국이 북한의 현존 핵무기 보유 인정 등 비핵화 검증 기준을 완화시킴으로써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묵인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북한 정권 붕괴다. 북·중 접경지역을 통해 북한 난민이 대량 유입되고 핵무기가 분실된다면 한반도 북부는 물론 중국 동북 지방까지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한 주도의 통일이 이뤄져 한·미 연합군이 한반도 북부까지 진출하는 것 역시 중국으로서는 달갑지 않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자국 이익 보호와 핵무기 확보 등을 명분으로 군사적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북한 지역 전체 또는 일부를 자국 영토로 병합하거나 김정은 정권을 대신할 친중 괴뢰 정권을 수립함으로써 ‘완충 지역’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반도에서의 미·중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UCESRC는 “남한 정부는 북한 정권 붕괴 이후 한반도 북부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을 유리하게 풀기 위해 역시 군사적 개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한·미 연합군과 중국 간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가안보 분야 의회기구인 국방전략위원회는 미국이 중국 또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NBC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한편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5일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제국과 침략 행위가 발붙일 곳은 없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이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