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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 ‘대구’ 넘어 ‘아시아의 문화콘텐츠’로 우뚝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메인 오페라 작품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가 공연된 지난달 20일 관객들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가득 메우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올해 축제의 오페라대상 수상자인 베이스 연광철씨가 ‘돈 카를로’에서 연기하고 있는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올해 축제 성악가상 수상자인 소프라노 이윤경씨(왼쪽)가 ‘라 트라비아타’에서 연기하고 있는 모습.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지난달 막을 내린 16번째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평균 객석점유율 93%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전석이 매진된 작품도 많았다. 축제기간(9월 14일∼10월 21일)동안 5만여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지역을 넘어 국내 대표 오페라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대구는 근대부터 예술인과 문인들이 모여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쳤던 근현대 문화예술의 발원지로 꼽힌다. 이런 문화 토양을 바탕으로 대구시는 1992년 전국 최초로 시립오페라단을 창단하며 ‘오페라 중심도시’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성공 신화는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시작됐다. 2003년 전국 최초이자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한 오페라 전용 단일극장으로 설립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삼성그룹이 대구사업장을 구미로 이전하면서 옛 제일모직 터에 건립(기부채납)했다. 이후 오페라를 비롯한 발레, 콘서트 등 다양한 기획공연을 선보이며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1회 축제를 열었고 올해까지 16년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 11월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시립오페라단’ ‘사단법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의 3개 단체가 통합돼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재단법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출범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봄에는 세계적인 음악대학 및 극장들과 협업하는 ‘오페라 유니버시아드’ ‘해외극장진출 오디션’ 등 신인 발굴·육성프로그램을, 가을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열고 있다. 연중 저렴한 가격에 관람 가능한 기획공연과 고품격 대형 오페라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오페라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관계자는 19일 “개최 초반에는 중앙에서도 하기 힘든 축제를 지역에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하지만 열정과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구에 오페라축제를 뿌리내리게 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더해진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가장 큰 성과는 ‘돈 카를로’ ‘윤심덕, 사의 찬미’ ‘유쾌한 미망인’ ‘라 트라비아타’까지 4편(8회 공연)의 메인오페라 평균 객석점유율이 93%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메인오페라 4편(9회 공연)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77%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다. 특히 4개 작품 중 ‘돈 카를로’와 ‘라 트라비아타’는 전석매진 기록을 남겼다. 소극장오페라 4개 작품(8회 공연)의 평균 객석점유율도 91%였고 이중 ‘마님이 된 하녀’와 ‘버섯피자’는 매진을 기록했다.

개막작이었던 ‘돈 카를로’는 세계 최정상급 베이스 연광철,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를 석권한 소프라노 서선영 등이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티켓 예매 초반에 이미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전국의 애호가들을 위해 포털사이트를 통한 실황 중계까지 하면서 국내외 2만4000여명이 관람하는 기록도 남겼다.

축제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연대’다. 메인오페라 중 ‘윤심덕, 사의 찬미’는 영남오페라단과, ‘유쾌한 미망인’은 오스트리아 뫼르비슈 오페레타 페스티벌과 함께 준비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냈다. 또 오페라 콘체르탄테 ‘살로메’는 독일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과 합작했다.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 역시 이번 축제의 성공비결 중 하나다. 시민들은 오페라필(축제진행 자원활동가)과 오페라팬(SNS홍보), 오페라슈머(관객모니터링) 등의 이름을 쓰며 자발적으로 축제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특히 음악교사로 정년퇴직한 최종언씨가 수집한 오페라 관련 희귀 우표와 화폐 등 소장품을 축제기간 내 전시함으로써 청소년 등 관람객들이 오페라에 대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준비한 ‘대한민국 오페라 70년의 역사 특별사진전’도 호평을 얻었다. 광장오페라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삼성창조캠퍼스 야외광장과 이시아폴리스 롯데아울렛에서 오케스트라 반주로 오페라 ‘라 보엠’의 2막 부분을 공연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성공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노력과 그동안의 축제 노하우가 밑바탕이 됐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개관 후 오페라 대중화를 위해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획 공연을 연중 제작했고, 유럽 유수의 극장 및 음악가들과 교류를 진행해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신인음악회나 오페라유니버시아드 등을 통한 실력 있는 젊은 음악가 발굴에 주력해 지역에 오페라가 성장할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이전 대구국제오페라축제들도 외국의 선진 오페라를 초청, 공연함으로써 대구가 문화예술도시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우리의 오페라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2009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활약했던 이재은, 제상철 등의 성악가와 연출가들이 독일과 이탈리아 무대로 진출했다. 또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 알려진 우리의 오페라가 2010년 중국, 2011년 독일, 2012년 터키, 2013년 폴란드, 2016년 이탈리아 등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 “수준 높은 작품 제작… 시민과 호흡하는 오페라축제”
배선주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가장 독보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배선주(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대표는 19일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위상을 묻는 질문에 “역사와 수준면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유일한 규모”라며 이처럼 말했다.

배 대표는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과 그 역사를 함께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축제평가에서 2010·2012·2015·2017년 최우수등급을 받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며 “독일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지 오페라극장은 물론 미국과 대만 등에도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잘 알려져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대구를 오페라가 성장하기 좋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음악적 인프라를 인정받아 대구가 2017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배 대표는 “4개 음악대학에서 매년 우수한 인적 자원들이 다수 배출되고 이들이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많다는 점이 대구의 강점”이라며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전국에서 유일한 단일 오페라 전문극장인 동시에 극장 자체가 재단이라는 점도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사업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오페라하우를 맡은 후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는데 가장 공을 들였다고 했다. 올해는 한 달에 한 편 꼴로 오페라를 선보였고 가족오페라와 여름오페라 등 기획오페라도 꾸준히 올렸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늘리고 시민들을 위한 교육콘텐츠를 확보한 것, 역량 있는 신인 성악가들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도 그가 신경을 쓴 부분이다.

배 대표는 대구오페라축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대구오페라축제의 큰 슬로건이 시민 속으로 스며드는 오페라축제”라며 “올해 축제에서는 지난해 4편을 제작했던 소극장오페라를 더욱 확대해 각 구별로 한 편씩 무대에 올렸고 플래시몹 개념의 ‘광장 오페라’를 제작해 시민들이 오페라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초대형 야외오페라를 만들어 해외에서도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10월 취임한 배 대표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최초 상임 대표다. 연임을 해 2019년 10월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맡게 됐다. 앞서 그는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을 맡았으며 2009년부터 2년간 수성아트피아 관장을, 2013∼2014년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을 역임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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