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세계는 변화 중] “웹하드 카르텔과의 싸움, 목숨 위협도 느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여성운동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했어요. 대중을 움직이고 설득하는, 대중의 힘을 기대하는 운동이에요.”

지난 13일 만난 서승희(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의 목소리는 쉼 없는 일정에도 지친 기색 없이 씩씩했다. 한사성은 최근 ‘웹하드 카르텔’이 여론의 화제가 되면서 특히 많은 조명을 받는 신생 여성단체다. 이들은 지난해 정식 출범 때부터 불법촬영물 유포 등 사이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삼았다.

한사성은 지난 2월 경찰에 처음으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소유한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 ‘뮤레카’, 디지털 장의사 업체 ‘나를 찾아줘’ 등을 고발했다. 단체 활동 시작부터 웹하드 카르텔을 파헤쳤다. 고발 이후 수사에 진척이 없자 7월 언론에 문제를 공론화했다. 경찰은 약 9개월이 지난 8일 양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사성의 활동 방식은 기존 여성운동 진영의 시각에선 여러 면에서 낯설다. 이들은 여성인권 관련 문제가 사건으로 드러났을 때 사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선제적으로 문제를 찾아 대중에게 호소할 의제를 만들어내는 길을 택했다. 서 대표는 “‘이런 변화를 만들겠다. 우리 운동에 투자해 달라’고 대중을 설득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싸울 의제가 뭔지 명확히 파악하고 진짜 싸우는 운동이 뭔지 고민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말했다.

한사성은 13일에도 양 회장의 분식회계·탈세 혐의를 국세청에 제보하는 등 웹하드 카르텔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사성이 정식 출범하기도 전인 2년여 전부터 준비한 내용이다. 서 대표는 “실제 활동가들이 목숨에 위협을 느낀 사건도 있었을 정도로 건드리기 위험한 문제”라며 “범죄조직이나 다름없는 이들과 싸우고 있어 활동가들은 야근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무실에 칼을 준비해놓고 일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사성의 ‘풀뿌리식’ 성장스토리도 여성학 전공자나 학생운동 출신이 중심이던 기존의 여성운동 입장에선 새롭다. 서 대표만 해도 전까지 심리학을 전공하고 언어병리학을 공부하던 대학원생이었다. 페미니즘 모임 참가자 중 직접 마음에 맞는 이들을 하나씩 직접 활동가로 ‘스카우트’했다. 원년 멤버 중 5명은 아직도 한사성의 상근자로 남아 있다.

다만 한사성과 비슷한 시기 생겨난 수백 개의 젊은 세대 페미니즘 모임과 단체들은 최근 자원과 조직의 부족 속에 활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사성은 이들에 비하면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서 대표는 “정부와 정치권, 시민운동권 등 한국 사회는 여성들의 달라진 인식과 요구를 수용할 준비가 너무나 부족하다”면서 “불법촬영물 근절 등 단일 여성의제에만 관심을 보일 게 아니라 왜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주목하고 이를 외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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