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대 28만여명이 17일(현지시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이 중 상당수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를 입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유류세 인하를 촉구했다. 취임 직후부터 인기가 폭락하던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집권 이래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파리와 마르세유 등 대도시를 포함해 전국 2000여곳에서 28만3000여명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시위로 번져 229명이 다치고 117명이 체포됐다. 프랑스 남동부에서는 63세 여성 운전자가 과격 시위대에 둘러싸이자 당황해 1명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약 1200명이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으로 행진을 시도하다 제지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대기오염 해소와 친환경 자동차 소비 촉진 등을 명분으로 지난해 경유 23%, 휘발유 15%로 유류세를 인상했다. 유류세 인상이 국제유가 상승세와 맞물려 기름값이 큰 폭으로 뛰자 농민과 트럭 운전사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됐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는 경유는 6.5%, 휘발유 2.9% 등 유류세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시위대는 노란색 안전 조끼를 맞춰 입고 거리로 나왔다. 프랑스 법률은 차량이 고장 나 도로에 멈춰 서게 될 경우 운전자가 노란 조끼를 입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시위대가 노란 조끼를 입은 것은 유가가 너무 올라 차량을 운행할 수 없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프랑스 정부는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지급, 저소득층 운전자 세금 인하 등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조세부담 가중과 실질소득 하락, 공공서비스 품질 악화 등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유류세 파동은 마크롱 대통령의 인기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지난 9∼17일 19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 포인트 떨어진 25%에 그쳤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