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제조기’로 유명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이번에는 국립대 출신 자치단체장에 대해 “남의 세금으로 학교 다녔다”고 비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일본 언론은 아소 부총리가 지난 17일 후쿠오카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 인근 기타큐슈시의 기타하시 겐지 시장을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18일 앞다퉈 보도했다. 일본 최고 명문 도쿄대를 졸업한 기타하시 시장은 아소 부총리가 속한 자민당의 추천을 받아 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과거 민주당 경력 때문에 아소 부총리는 내년 1월 다음 선거에 새로운 후보를 낼 계획이다. 아소 발언의 취지는 기타하시가 학비가 싼 국립대를 다녔고, 이는 정부지원금(세금)이기 때문에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아소 부총리 발언에 대해 여론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벌 가문 출신이면서 귀족학교로 유명한 가쿠슈인대를 졸업한 아소 부총리가 국립대 출신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웃음도 나오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가쿠슈인대 등 유명 사립대는 입학생의 절반 가까이를 내부 진학, 추천 등으로 뽑기 때문에 부유층은 입학하기 쉽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소 부총리만이 아니다. 지난 10월 3일 출범한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은 출범 한 달 반 만에 각료들의 잇단 실언과 비리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자신의 3연임에 공헌한 자민당 내 파벌 배려를 위해 임명한 신임 장관 12명 중 7명이 자질 및 도덕성 부족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교롭게도 이들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독도는 일본 땅’ 등 한국과 관련한 망언을 일삼은 인물들이다. 야권은 이번 아베 내각을 ‘폐업세일 내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쿠라다 요시타카 올림픽담당상 겸 사이버보안담당상은 의회에서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질의에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그는 북한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해 “내 소관이 아닌데 왜 묻느냐. 총리나 외무성이 답할 일”이라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지역이나 의원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것은 애교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의 사이버보안 수장인 그가 ‘컴맹’이라는 것이다. 그는 “25살 때부터 항상 부하직원이나 비서에게 지시를 해서 스스로 컴퓨터를 만져본 적은 없다”고 했다.
내각의 유일한 여성 장관인 가타야마 사쓰키 지방창생상은 2015년 한 기업으로부터 100만엔(약 1000만원)을 받고 국세청 관계자에게 전화해 이 회사의 세금 문제를 언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일본 주요 4개 섬 중 하나인 시코쿠를 ‘외딴 작은 섬’이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자신의 책 광고판을 선거 포스터처럼 만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시바야마 마사히코 문부과학상은 제국주의 교육의 핵심으로 일본에서 금기시돼온 교육칙어(勅語·국민교육헌장)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발언했다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미야코시 미쓰히로 오키나와·북방영토담당상은 과거 자민당 의원들이 머무는 아파트 복도에서 알몸으로 활보했던 사실이 드러나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밖에 히라이 다쿠야 과학기술상, 와타나베 히로미치 부흥상은 부적절한 정치헌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