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돌 합병증 일으켜 생명 위협… 어깨 조직에 석회질이 엉켜 붙어 염증 유발 ‘힘줄염’ 환자 급증
담낭증 환자 용종·선근종 있으면 암 발생 위험 커져 담낭 잘라내야
‘몸 안에 꼭꼭 숨은 돌을 찾아라.’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담석증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담석은 담낭(쓸개)과 담관(쓸개즙 통로)에 생긴 돌을 말한다. 우리 몸의 돌은 담석 뿐일까. 그렇지 않다. 눈 귀 입안은 물론 어깨 위장 콩팥 요도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많은 곳에 돌이 생길 수 있다. 색과 형태, 크기도 다양하다. 공통점은 모두 통증과 병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냥 놔두면 ‘화근’이 된다. 일부 돌은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눈에도 돌 생긴다
눈의 결막은 눈꺼풀 안쪽과 안구의 흰부분을 덮고 있는 얇고 투명한 막이다. 여기에 돌(결석)이 생긴다. 결막에 하얗거나 노란 좁쌀 같은 결석이 여러 개 박혀 있다. 결막 상피(겉)세포와 눈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단백질 분비물이 노폐물과 뭉쳐지고 칼슘화돼 딱딱해진 것이다. 눈꺼풀 부위 만성 염증이나 만성 결막염, 안구건조증, 마이봄샘(눈 보호 지방질 분비 기관)질환이 있을 때 잘 생긴다. 콘택트렌즈를 자주 끼는 경우도 마찬가지. 나이든 사람에게 많으나 최근 20, 30대 여성에게도 자주 발견된다. 짙은 화장으로 미세한 화장품 가루가 결막을 자극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황규연 교수는 19일 “결막 결석은 상당히 흔하지만 눈꺼풀 안쪽에 박혀 있고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크기가 커지고 반복적으로 자극이 가해지면 박혀 있던 결석이 겉으로 튀어나오는데, 이때는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지고 눈을 깜빡일 때마다 뻑뻑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결막 상피를 뚫고나온 결석이 있는 상태에서 눈을 비비면 결막과 맞닿아 있는 각막(검은자위)에 상처를 일으켜 시력 저하까지 초래될 수 있다. 튀어나온 결석은 안약으로 마취 후 주삿바늘로 긁어내면 대부분 쉽게 빠진다.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이지혜 원장은 “별다른 증상이 없고 결석이 결막 속에 깊이 박혀 있다면 구태여 제거할 필요는 없다. 무리하게 빼내다 출혈이 많아져 오히려 더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막 결석을 예방하려면 안구건조증과 마이봄샘질환 등을 우선 치료해야 한다. 요즘처럼 건조한 가을과 겨울에는 따뜻한 수건으로 2∼3분간 눈 주위를 온찜질해주는 것도 도움된다.
타석, 신 음식 먹으면 통증 심해
침을 만드는 기관인 침샘이나 침샘에서 입안으로 연결되는 부위(침샘관)에도 이물질과 세균 등이 뭉쳐 돌(타석)이 만들어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승호 교수는 “타석이 생기면 아랫니가 아픈 것으로 착각할 수 있고 레몬주스 같은 신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면서 “신맛을 느끼면 침샘에서 침이 많이 분비되는데, 돌 때문에 관이 막혀 침이 잘 흘러나오지 못해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석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면 급성 염증으로 고름이 나오기도 한다. 턱밑에 생긴 타석은 혀와 잇몸 사이 부분을 양손으로 촉진하면 만져진다. 침샘 내에 생긴 돌은 촉진이 어렵고 목 부분 CT를 찍어 뼈처럼 하얗게 보이는 타석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염증이 생겼다면 항생제로 치료하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 받아야 한다.
코 뒤쪽에서 목으로 연결되는 편도선에도 노란 알갱이 같은 돌(편도 결석)이 생긴다. 편도염을 자주 앓다보면 편도에 있는 작은 구멍들(편도와)이 커진다. 여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면 세균이 잘 번식하고 그 세균들이 뭉쳐지면서 작은 알갱이를 만든다. 구강 위생이 불량하거나 비염, 축농증이 있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다른 부위 돌처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고약한 입냄새로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 문제다. 레이저를 이용해 편도의 홈을 평평하게 고르는 방법이 있으나 재발할 수 있다. 1년에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편도염을 5∼6회 이상 앓는다면 편도를 떼어 내는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어지러움증, 이석이 원인
귀안에 생기는 이석은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평행기능을 하는 ‘전정 기관’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돌가루가 여러 이유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이라는 회전 감각 담당 기관에 들어가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이석이 중력의 작용으로 작은 머리의 움직임만으로도 반고리관을 자극해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잠자리에서 돌아눕거나 일어날 때, 고개를 돌릴 때, 바닥의 물건을 집으려고 고개를 숙일 때, 선반 위 물건을 꺼내기 위해 고개를 쳐들 때 등의 상황에서 수초 혹은 1분가량 지속되는 빙빙 도는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이석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증상이 심할 땐 메스꺼움과 구토도 동반되지만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좋아진다. 치료는 반고리관 안의 돌가루를 빼내는 일련의 자세 요법(이석치환술)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바르게 누워서 고개만 각도에 맞춰 돌리는 ‘에플리’와 누운 자세에서 상반신 전체를 움직이는 ‘시몽’이란 방법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11개 대학병원 공동 연구결과, 에플리 치료법이 시몽보다 더 효과적이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어깨 돌 질환, 5년간 70% 급증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3개월 전부터 음식을 나르는 중 어깨가 욱신거리는 통증이 생겨 일을 멈춰야 했다. 파스를 붙여 봐도 통증이 심해질 뿐이고 급기야 어깨가 아픈 쪽으로는 누울 수도 없게 됐다. X선 검사결과 어깨 힘줄에 1㎝ 크기 돌이 생긴 ‘석회성힘줄염’ 진단을 받았다. 어깨 힘줄 조직에 석회질이 끼어 염증을 유발하고 돌처럼 굳어지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나이 불문하고 생기지만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발병 위험이 크고 주로 40세 이후 잘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석회성힘줄염 진료 환자는 7만9774명으로 2013년(4만7010명)에 비해 69.7% 급증했다.
목동힘찬병원 최경원 원장은 “힘줄에 석회가 쌓여도 통증이나 큰 불편함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더 진행되면 통증으로 팔을 앞이나 옆으로 올리기 힘들면서 옷 입는 동작이나 빗질 등 일상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면서 “조금만 어깨를 건드려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심해 견딜 수 없다면 석회성힘줄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감 많이 먹으면 위에 돌 생긴다?
위장과 담낭 같은 소화기관에도 돌이 잘 생긴다. 위석(胃石)은 다른 부위 돌처럼 몸에서 만들어지기보다 외부에서 ‘씨앗’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감(홍시 포함)과 머리카락이다. 감의 떫은 맛을 내는 탄닌이란 물질이 응괴(뭉쳐짐)돼 위석이 생긴다. 또 감씨를 삼킬 경우 십이지장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위 안에서 뱅뱅 돌면서 음식물과 섞여 눈사람 커지듯 위석이 만들어져 딱딱해진다.
특히 노인이나 당뇨, 파킨슨병 등을 앓아 위 운동기능이 떨어지는 사람, 위 절제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위석이 잘 생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도훈 교수는 “빈도가 많진 않지만 요즘 같은 가을이나 겨울에 시골에서 감을 먹고 위석이 생겨 오시는 어르신들이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위석은 5∼10㎝ 정도 커지면 소화가 잘 안되고 윗배 통증이 나타난다. 돌멩이가 위벽을 계속 누르면 압력에 의해 궤양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 위에 구멍이 나는 천공이 올 수 있다. 내시경 올가미로 포획한 뒤 조여서 부수어야 한다. 감 같은 식물성 위석의 경우 치료 전에 코카콜라를 마시게 해 탄산의 부식 효과로 돌을 부드럽게 만든 뒤 부서지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담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쓸개즙) 구성 성분들이 결정을 이뤄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것이다. 담낭 담석이 가장 많고 이것이 쓸개즙 통로인 담관으로 흘러가 막는다.
보통 속이 답답하고 윗배에 통증이 있어 단순 소화불량이나 위염으로 생각하기 쉽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주광로 교수는 “통증은 주로 명치 부위나 오른쪽 윗배에서 느껴진다. 통증이 갑자기 생긴 후 약 15분에 걸쳐 빠르게 아파오고 이후 같은 강도의 통증이 지속되다 서서히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면서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명치 부분이 체한 듯 답답하고 더부룩한 증상이 반복될 때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담석에 의해 담관이 막힌 경우 진통제 없이 통증이 해결되지 않고 열이 나며 황달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서둘러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주 교수는 “만약 담낭 벽이 딱딱하게 굳어 있거나 담석 크기가 3㎝ 이상인 경우, 용종이나 선근종 같은 혹을 동반하고 있다면 담낭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예방적으로 담낭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변을 만들고 배출하는 요로(콩팥, 요관, 방광, 요도)에 돌이 생기는 요로결석도 최근 증가 추세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