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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캐러밴… 멕시코 주민 “침략말라” 시위하며 냉대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18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열린 현지 주민들의 이민자 반대 시위를 피해 높은 울타리가 설치된 곳에 들어가 주위를 살피고 있다. 이 시위는 이민자들이 머무는 대피소 부근에서 진행됐다. 아래 사진은 티후아나의 한 주민이 ‘침략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 모습. 티후아나 주민들은 이민자 수천명의 유입을 침략으로 규정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AP뉴시스


장장 3600㎞를 이동해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맞닿은 멕시코 국경도시에 도착한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위협은 물론이고 캐러밴 3000여명이 도착한 멕시코의 현지 주민들이 삶의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냉대하기 때문이다.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의 주민 수백명은 18일(현지시간) 쿠아우테모크 기념상 앞에서 무분별한 캐러밴 유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주민들은 멕시코 국기를 흔들며 “캐러밴은 나가라” “우린 그들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캐러밴이 머무는 임시대피소로 들어가려다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멕시코 주민 제이미 말라카라는 “이민자 무리 중에 범죄자나 갱단이 있을 것”이라며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티후아나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다른 주민도 “통제가 불가능한 이민자들을 반대한다”며 “미국이 국경을 폐쇄하면 합법적으로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는 우리까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민자 개개인을 향한 크고 작은 공격도 있었다. 온두라스 출신 20대 남성 아이비스 무뇨스는 최근 티후아나 해변가에서 자다가 현지 주민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돌을 맞던 중 어둠 속에서 남성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캐러밴은 이곳에서 짐승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를 ‘돼지’라고 부르는 주민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티후아나는 캘리포니아주 남부 도시 샌디에이고와 장벽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도시다. 18일 현재 티후아나에 도착한 이민자 행렬은 3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수일 내로 1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티후아나시가 운영하는 대피소는 이미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했다. 시 당국은 시립체육관과 레크리에이션센터 등에도 대피소를 마련했지만, 밀려드는 이민자를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야구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 당국이 음식과 물을 제공하긴 하지만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티후아나 시장 역시 이민자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후안 마누엘 가스텔룸 시장은 “최소 6개월 동안 이어질 대규모 이민자들 유입에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이곳에서 법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그만 위법행위라도 눈에 띄면 고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러밴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고 있다. 그는 이민자들을 겨냥해 “잡았다가 놔주는 것(catch and release)은 한물간 개념”이라며 “이제는 잡으면 구금하기(catch and detain)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국경 안보 관련 정책을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기자들에게 “국경에 있는 군 병력은 필요하면 계속 잔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 접한 남쪽 국경에 현역 군인 5900명을 배치했다. 주 방위군까지 합하면 국경에 배치된 병력은 8000명에 달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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