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사진) 전 뉴욕시장이 모교 존스홉킨스 대학에 18억 달러(약 2조원)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개인이 고등교육기관에 기부한 액수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능력 있는 학생이 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18일(현지시간) 게재된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 출신 학생에게 금융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존스홉킨스대에 18억 달러를 기부하겠다”면서 “앞으로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학비 지불 능력은 심사 항목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18억 달러는 대학 기부금으로는 전례 없는 액수다. 1873년 사업가 존스 홉킨스가 대학 설립자금 명목으로 낸 700만 달러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도 1억 달러 정도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기부금은 내년 가을 입학생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존스홉킨스대 재학생 중 학자금 대출을 받는 사람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전 시장과 학교 측은 기대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1964년 이 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낙농회사 경리직원으로 소득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따라서 그는 정부 학자금 대출과 교내 파트타임 근무 등으로 학비를 충당했다. 하버드 경영학 석사(MBA)를 받고 금융계에 진출한 블룸버그 전 시장은 81년 금융정보 단말기 업체 ‘이노베이티브 마켓 시스템(현 블룸버그통신)’을 설립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2001년에는 젊은 시절부터 갖고 있던 민주당 당적을 버리고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졸업 이듬해인 65년 모교에 5달러를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15억 달러를 연구·교육·금융 지원 목적으로 내놨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존스홉킨스 대학 졸업장 덕분에 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었다”면서 “아메리칸 드림과 기회 균등을 실현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그는 모교 기부 외에도 기후변화와 보건 등 분야에 64억 달러를 쾌척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겨룰 대항마로 거론된다. 지난달 그는 17년 만에 공화당에서 탈당하고 민주당 당적을 회복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기부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