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의 철통같은 출입국 통로를 거리낌 없이 넘나드는 이들이 있다. 한눈에 알 법한 복장을 갖추고 있다. 방금 다림질을 한 듯 깔끔한 제복을 입고 한 손에는 바퀴 달린 소형 여행가방을 끌고 다닌다. 바로 기장과 승무원이다.
업무 특성상 이들의 출입국 전용 통로 이용 같은 편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검역 측면에서는 허점이기도 하다. 휴대하는 소형 여행가방이 문제다. 입국할 때 100% 검역을 거치는 위탁 수하물(부치는 짐)과 달리 휴대용 여행가방은 출발지에서만 검역을 거친다. 일반 승객은 타국에서 출발할 때라도 반입이 금지된 품목을 걸러낼 수 있지만 기장과 승무원은 그 과정을 피해간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웃고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국내 항공사의 한 승무원이 과일을 휴대용 여행가방에 넣어 인천공항으로 들여오다 적발돼 압수당했다. 검역에 특화된 탐지견이 가방 속 과일의 존재를 탐지해냈다. 국내법은 병충해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과일 등 신선농산물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검역 당국 입장에선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정작 실무 직원들은 낭패를 봤다. 해당 승무원이 사무실로 찾아와 “왜 남의 짐에서 함부로 물건을 빼앗아가느냐”고 난동을 피웠기 때문이다.
검역 당국 실무진은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발생한 이유로 인식 부족을 꼽는다. 관행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기장과 승무원이 반입 금지 물품 문제를 소홀히 생각했다는 것이다. 부족한 인식은 국가 방역망에도 허점을 만들기 때문에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19일 “특히 해외 항공사의 경우 검역에 대한 인식이 더 부족하다. 항공사 차원의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