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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장수’ 이재명, 친문 주류와 충돌하며 사태 키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인 김혜경씨가 검찰에 송치된 19일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 지사는 “때리려면 이재명을 때려라. 죄 없는 아내를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경찰, 형수, 그리고 배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현재 싸우고 있는 큰 전선만 3곳이다. 경찰과는 트위터 ‘혜경궁 김씨’ 논란, 형수와는 친형을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의혹, 배우 김부선씨와는 사생활 문제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지사가 얼마나 논쟁적 인물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흔한 온라인 악성 댓글로 그칠 수 있었던 ‘혜경궁 김씨’ 논란이 희대의 정치 스캔들로 번지고 있는 것도 ‘이재명’이라는 독특한 정치인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19일 이 지사에 대해 “기존 정당판의 상식과 어법으로 문제를 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독특한 정치적 화법과 대응 방식으로 성장해온 사람”이라며 “본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지금까지 대응해온 방식을 접고 다른 접근법을 택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에서 출발해 경기도지사라는 유력 정치인이 되기까지 ‘투쟁의 정치’로 몸집을 키웠다. 박근혜정부 시절 스스로를 ‘변방의 장수’라 부르며 보수 진영과 투쟁하면서 정치 자산을 쌓았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한 공격에는 누구든 가리지 않고 ‘적폐세력’ ‘기득권’으로 규정해 열광적인 지지층과 극렬한 반대파를 동시에 만들어냈다.

국회 경험도, 원내 지지 세력도 없는 이 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면서 온라인상에서 각종 정치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 지사가 연관된 사건이 늘 피아(彼我)가 선명히 갈리는 ‘전쟁’으로 비화되는 이유다. 이 지사는 이날도 경찰 수사에 대해 “경찰이 제 수사의 10분의 1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나 기득권 부정부패에 관심을 갖고 집중했다면 나라가 지금보다 10배는 좋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등으로 경찰이 자신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경찰을 고발했다가 취하한 것도 이 지사의 ‘돌직구’식 문제 해결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지사가 민주당의 최대주주라고 할 친문(친문재인) 세력과 연이어 다툰 것도 그를 ‘문제적 인물’로 부각시켰다. 그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직접 경쟁해 패했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는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과 경선에서 싸워 이겼다. 이 과정에서도 이 지사는 특유의 저돌적이고 공세적인 스타일을 유지했고, 친문 지지층의 적대감도 차곡차곡 쌓였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유독 이재명에 대해 가혹한 건 친문 진영, 단결된 지지층의 눈 밖에 나서 생기게 된 문제”라며 “지지층 사이의 경쟁은 경선 중에 원래 늘 있는 일인데 지금은 사법기관까지 끌어들여 문제가 커지니까 당으로서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혜경궁 김씨’ 논란도 전 의원이 고발하고, 열성적 친문 지지층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 수사까지 가게 됐다.

민주당은 계속 말을 아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사자가 계속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기소 여부를 보고 필요하면 다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내 분열을 우려한 듯 “권력 내부 갈등으로 비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대표도 기자들의 이 지사 관련 질문에 “그만하라니까”라며 말을 잘랐다.

현 상황에 대한 민주당의 깊은 우려도 드러났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금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당이 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선긋기에 나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당에서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다”며 “청와대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임성수 김판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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