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이 19일 검찰 조사에서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된 일부 혐의에 대해 “정당한 지시였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거나 “사후 보고를 받았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박 전 처장을 전직 대법관 중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공개 소환해 재판개입, 법관사찰 등 혐의를 추궁했다.
박 전 처장은 지시 여부가 물증으로 명확히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죄가 안 된다고 하고 일부 혐의에는 임 전 차장 등 부하 직원이 과잉 충성한 결과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박 전 처장의 해명과 온도차가 크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서 박 전 처장을 공범으로 적시한 범죄 사실은 30개에 이른다. 공소장에서 박 전 처장은 2015년 7월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실장에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견제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나온다. 그해 8월 내부 회의에선 임 전 차장에게 “인사모를 없애라”며 와해 방안을 만들게 했다.
박 전 처장이 행정처에 2015년 1월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치 보고’ 문건 작성을 지시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한 인사불이익을 검토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행정처는 매년 이 문건을 ‘업데이트’하면서 관리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문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됐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의 이 같은 지시가 명백히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을 한두 차례 더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고영한 전 행정처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