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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법관 70여명 연루… 탄핵 대상 놓고 논란 커질 듯



전국의 법관 대표들이 19일 사법농단 관련 의혹을 받는 법관 탄핵이 필요하다며 채택한 결의문에는 탄핵 대상 행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와 특정 재판 진행방향을 논의하고 자문을 해줬거나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재판 방향이나 재판 절차 진행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경우다. 법관 대표들은 이 행위들이 탄핵 소추 요건인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표적으로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사건 대법원 판결을 지연시키려 한 행위가 꼽힌다.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당시 행정처가 헌법재판소를 의식해 각급 법원에 ‘소를 각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지침을 하달한 과정도 마찬가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과정에서 대법원이 청와대 요청에 따라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의혹,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관련 재판의 절차를 챙기고 선고 시기 등을 조율한 의혹도 법관대표회의가 제시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문제는 관련 행위에 연루된 판사들을 모두 탄핵 대상으로 볼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검찰이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적시한 관련자들만 해도 현직 법관이 70명이 넘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재판개입 행위의 특성을 감안하면 부당한 지시를 해 ‘직권을 남용한 쪽’에 해당하는 당시 행정처 소속 고위 법관 정도까지를 탄핵 대상 범위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시를 받아 문건을 작성하거나 소극적으로 따른 일선 법관은 직권 남용의 피해자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임 전 차장 공소장에 등장하는 현직 법관 중 고위 법관에 해당하는 고법 부장판사(차관급) 이상은 22명이다. 이 중에서도 법관사찰 등 구체적 재판과 직접 관련 없는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편성 등에만 연루된 경우 역시 탄핵 소추 대상으로 보긴 어렵다.

직급보다는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여기에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탄핵 소추 대상 법관을 먼저 특정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법원 자체 조사를 통해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등 고법 부장 4명을 포함한 13명의 법관을 징계절차에 회부했지만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헌법위반 행위가 명확한 법관을 탄핵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법관 징계 대상과 검찰 수사 대상, 탄핵 대상은 명확히 구분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판단이 여론 재판식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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