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를 부모로 둔 한국인 하버드대 학생이 미국 대학생들의 최고 영예로 꼽히는 로즈 장학생에 처음으로 뽑혔다.
CNN방송 등은 19일(현지시간)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제도(다카·DACA)의 수혜자인 박진규씨가 올해 로즈 장학생에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다카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불법 입국한 부모를 따라 미국에 들어오는 바람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청년들이 학교와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와 다카가 유지되고 있다.
다카 출신으로 첫 로즈 장학생에 뽑힌 박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는 하버드대 학부 연구저널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로즈 장학재단은 박씨가 2014년 불법체류 학생들의 대학 등록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하이어 드림스(Higher Dreams)’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에 이민문제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했고, MSNBC방송에 출연해 다카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박씨는 석사과정에서 이민, 국제보건과학, 전염병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올해 로즈 장학생은 32명이 최종 선발됐다. 박씨를 포함해 사우디아리비아 이란 에티오피아 인도 멕시코 출신의 난민이나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많이 뽑혔다. 장학재단의 엘리엇 거슨 사무총장은 “미국을 규정하는 특별한 다양성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여학생이 21명이나 선정된 것도 신기록이다. CNN방송은 “로즈 장학생 프로그램이 생긴 이후 최다 여학생 수혜자가 나왔다”면서 “로즈 장학생이 1976년까지 여학생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로즈 장학생은 1902년 영국 사업가 세실 로즈의 유언에 따라 시작된 장학프로그램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2∼3년간 영국 옥스퍼드 대학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게 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