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맞댄 죄… 이웃나라 미세먼지에 콜록콜록

사진=게티이미지






바람을 타고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드는 미세먼지가 세계 곳곳에서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세계의 공장’ 중국과 떠오르는 제조업 강국 인도 등이 대기오염의 주요 발생지로 지목된다. 그런데 이들과 국경을 맞댄 나라들은 바람을 타고 넘어온 오염물질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 국가들은 재래 연료 연소물들뿐 아니라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 폭풍에도 고통 받고 있다.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국경만 넘어서면 오염물질을 관리·감독할 법과 행정 체계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탓이다. 대기오염 공동대응을 위해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나라들이 정치적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아 공동대응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미국의 민간 환경보건단체 보건영향연구소가 펴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년간 전 세계에서 오염된 공기에 장기 노출돼 사망한 사람은 7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국과 인도 두 나라에서 나왔다.

특히 인도는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나라다.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공장과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 2.5)를 기준으로 세계에서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20곳 중 14곳이 인도에 있을 정도다.

인도의 살인적인 대기오염은 고스란히 이웃나라 파키스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도 전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바람을 타고 동쪽의 파키스탄, 서쪽의 방글라데시로 퍼져나간다. 파키스탄 접경지역인 인도 펀자브 지역에서는 농민들이 화전을 일구기 위해 벼와 밀의 그루터기를 태운다. 이때 발생하는 재와 연기가 파키스탄 대기오염에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파키스탄 정부는 파키스탄 대기오염 물질의 70%가 인도에서 왔다고 주장할 정도다.

물론 인도도 파키스탄에서 날아온 오염물질에 피해를 본다. 파키스탄 펀자브 지역에는 흙으로 빚은 벽돌을 가마에 넣고 굽는 전통 벽돌공장이 1만1000여곳 있다. 이 벽돌공장들에서 쏟아져 나온 불완전연소 물질과 연기들은 국경너머 인도까지 날아가 스모그를 만든다.

국제의학학술지 란셋은 2015년 한 해 동안 인도에서만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180만명이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도 전체 사망자의 4분의 1이 환경오염 관련 질환으로 숨졌다.

두 나라가 오염물질을 주고받는 상황이지만 공동대응은 더디다. 파키스탄 환경보호청은 최근 펀자브 국경 일대에 공기질측정소를 설치해 인도와 정보 교류에 나서기로 했다. 어마어마한 피해 상황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대처다.

파키스탄은 인도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의 기후변화 보좌관 말릭 아민 아슬람은 최근 “우리는 화전을 제한하고 벽돌 가마 운영을 막는 조치를 했다. 하지만 인도 펀자브에서 화전을 일굴 때 생기는 연기는 줄어들지 않고 파키스탄에 두꺼운 스모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지대에서 수시로 분쟁을 빚는다. 두 나라는 한때 한 나라였다가 종교 갈등을 이유로 분리됐다. 분리 이후에도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군사력 확충에 열을 올렸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지대인 카슈미르에서는 지난 9월에도 인도 경비대원과 경찰이 살해당했다. 인도는 범인들이 파키스탄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두 나라 관계가 경직될 때마다 공동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동과 아프리카 일대에서는 모래폭풍이 말썽이다. 모래폭풍 자체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가뭄의 영향으로 한 나라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커진 것이 문제다. 이란 남동부 시스타네 발루체스탄주 일대에는 지난 8월 시속 30㎞에 이르는 강한 모래폭풍이 불었다. 일주일간 불어닥친 모래폭풍으로 주민 800여명이 호흡기와 눈, 심장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했다.

이란의 모래폭풍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이 사막화된 게 주요 원인이다. 힌두쿠시 산맥에서 발원한 헬만드강은 두 나라 국경 사이에 있는 호수 3곳에 물을 댄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이 농업용수를 확보한다며 강 상류에 카자키댐을 짓고 관개공사를 하면서 호수가 마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 정부가 헬만드강의 경로를 바꿔 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사막화된 강 유역에서 시작된 모래폭풍은 이란을 덮치고 있다.

헬만드강을 되살리기 위해선 두 나라가 힘을 합쳐야 한다. 네이저 모카타시 이란 환경부 차관은 테헤란타임스에 “사막 모래폭풍은 지역적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상호교류가 필요하다”며 “이라크와 시리아, 이라크와 요르단 경계지역의 사막도 모래폭풍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오랜 내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이란 역시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에 강을 되살릴 여건이 되지 않는다.

나이지리아 니제르 차드 등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 지역도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석탄, 나무, 등유 등 재래식 연료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때마다 불어오는 모래폭풍도 원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책임도 크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낡은 정유시설이 사용되고 불법 정제작업도 만연하다. 이때 발생한 오염물질이 이웃나라까지 날아간다. 피해는 심각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지난 6월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5년 아프리카 지역 영아 4만명이 대기오염 탓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공동행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결책을 제시하기엔 너무 가난한 탓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90%가 최빈국에서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개발도상국 도시의 97%가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반면 고소득 국가 도시 중에는 49%만 오염됐다.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대기오염을 극복할 수 없는 ‘초국가적(Superstate) 대기오염’의 시대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WHO 사무총장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심장마비나 폐암, 기타 호흡기질환에 따른 사망자의 3분의 1가량은 대기오염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부유하건 가난하건 그 누구도 대기오염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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