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합계출산율 1.50명의 도전적 목표를 설정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경상북도’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걸었다. 취업→결혼→출산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 임신과 출산에서부터 육아와 돌봄까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1일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같이 소개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는데, 경북도의 합계출산율을 2017년 1.26명에서 2022년 1.50명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달 ‘경북 희망둥이 1.2.3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남녀가 만나(1+1) 가정을 이루고(2) 자녀를 낳은 뒤(3) 자녀를 둘(4)이나 셋(5)까지 낳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경북형 프로젝트다.
경북도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전면전을 펼치는 건 인구유출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별 소멸 위험도 연구 결과를 보면 전국 228개 분석대상 시·군·구 가운데 89곳이 향후 30년 이내 사라질 위험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소멸 위험도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의 비중으로 측정한다. 경북도는 23개 시·군 가운데 19곳이 30년 내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다.
경북도는 민간 거버넌스 구축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6일 ‘경상북도 저출생 극복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지사는 “보육 아동 학계 종교계 등 분야별 전문가 54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면서 “도 단위 인구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인구감소 지역 여건에 맞는 모델을 개발하며 저출생 극복을 위한 인식 개선 사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희망둥이 1.2.3 프로젝트는 결혼에서 출산과 육아까지 단계별 지원을 모토로 내걸었다. 첫 단계는 젊은 인구 선호 생태계 조성이다. 인구유출 위기가 가장 심각한 의성군 안계면 일대에 1743억원을 들여 2022년까지 청년주택단지를 조성한다. 식품·반려 산업 등을 육성하는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조성이다.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 관계자는 “청년 유입을 통한 지방소멸 극복과 농촌 혁신성장 기반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결혼을 위해 경북도가 직접 미혼남녀 커플 매칭사업에 나서기도 한다. 도내 거주하는 남녀 200명을 한자리에 모아 커플 토크, 커플 댄스, 미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만남을 돕는 것이다. 도지사와 함께하는 다복가정 축하 대잔치도 있다. 도내 5자녀 이상 가정을 초청해 축하하는 행복나눔 행사도 지난달 27일 열었다.
육아를 돕는 건 기본이다. 경북도는 둘째 아이를 낳으면 60만원을 주던 출산장려금 지원사업을 배로 늘려 120만원으로 확대했다. 도내에서 아이를 낳으면 누구나 10만원 상당의 출산용품이 담긴 ‘경북형 마더박스’를 받는다. 산후조리시설이 없던 울진군에는 내년에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한다. 2022년까지 도내에 3곳을 더 설치할 계획이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하려면 일과 생활의 균형은 물론 양성평등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 아래 ‘+1030 앞치마 데이’를 운영 중이다. 현재보다 평일은 10분, 주말은 30분간 남성들이 가사노동을 더 하자는 운동이다. 아빠의 가정 내 역할 강화를 위한 아버지 학교인 ‘경상북도 라떼파파’도 운영한다. 라떼파파는 한 손에는 카페라떼 컵을 들고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끄는 아빠를 가리킨다. 미래전략기획단 관계자는 “범도민 차원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권역별 현장 토론회와 인구 교육 행사를 갖는 등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철우 경북지사 인터뷰
“결혼하고 아기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정책 올인”
이철우(사진) 경북지사는 임기 시작 첫날인 지난 7월 1일 첫 민생현장 방문지로 포항여성병원을 찾았다. 분만의료 전문기관을 찾아 소중한 아기의 탄생을 축하했다. 인구 감소 위기에 전면적 대응을 선포한 이 지사를 21일 서면 인터뷰했다.
-지방의 인구유출 우려가 심각합니다. 경북은 어떤가요.
“초저출생 현상의 지속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지방은 인구 감소와 함께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구 흐름도 큰 문제입니다. 우리 도는 작년 한 해 전체인구 기준 5500여명의 순유출이 있었으며, 청년(15∼29세)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순유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작년 1만2600명의 청년이 경북을 빠져나갔고 올해에는 8월에 이미 1만명을 넘어서는 등 그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주로 취업 학업 등의 사유로 이동하고 있고 대부분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인구 유출은 농촌으로 갈수록 심각합니다. 농촌은 기초 생활 인프라와 교육문화 등 생활서비스가 부족하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 대도시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청년커플 창업지원 등 청년들이 농촌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또 농촌에서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귀농 귀촌 창농을 통해 청년들이 떠나는 농어촌에서 돌아오는 농어촌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도지사 취임 이후 새롭게 시작한 정책이 있습니까.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청년일자리 창출이 시작점이고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 인구 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의성군에 일자리 주거 복지체계가 두루 갖춰진 새로운 형태의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을 조성합니다. 청년들이 경북도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기억나는 결혼 출산 관련 이벤트가 있습니까.
“민선 7기 도지사 취임 첫날부터 현장 행보로 포항에 있는 분만의료기관을 찾았습니다. 직원 결혼식에도 틈틈이 참석해 축하하고 덕담을 건네는 등 저출생 극복 문화 확산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도청 8급 공무원 결혼식을 찾았고 8월에는 세쌍둥이를 출산한 다둥이 아빠 소방관을 찾아 축하하고 육아용품을 전달했습니다.
지난달에는 도내 23개 시·군 다둥이 가족 25세대 200명을 초청해 ‘다복가정 행복나눔 한마당’을 개최하고 다자녀 가정에 대한 우대와 출생 장려 사회 분위기 확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행사 도중 첫돌을 맞은 아이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해 생일을 축하한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저출생 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에서 책임감을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저출생 고령화 등 인구문제와 돌봄사업은 국가에서 전담해 추진하고 지방에서는 젊은 청년 유입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귀농 귀촌 등을 통해 청년들이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는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또 저출생 지방소멸 문제는 근본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로,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청년유입지원특별법’을 제정해 낙후 지역에 대한 국가적 정책 및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