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의 ‘클라우드 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정작 국내 기업들은 내수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시너지리서치그룹이 올 3분기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3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13%, IBM 7%, 구글 6%, 알리바바 3% 순이었다. 이들 기업은 전체 시장 성장률을 넘어서는 성장세를 보이며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서 두드러진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 따르면 빅4 기업들의 국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시장(60%)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최근 IT공룡들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우수한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있고, 기업들의 낮은 클라우드 전환률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3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비율은 27위(12.9%)에 그쳤다.
이에 AWS와 MS는 각각 2016년, 2017년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며 국내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MS는 추가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갖고 있고, 구글과 오라클도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소스 대표기업 레드햇을 인수하며 승부수를 띄운 IBM도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삼성SDS, SK C&C, LG CNS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관련 업계 선두주자다. 다만 IT 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기업들은 클라우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IT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만큼 해당 사업을 확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이 내수시장을 점령할 경우 국내 핵심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국내 클라우드 업계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까지는 전세를 뒤집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WS, MS 등이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면서도 “규모의 경제 차이일 뿐 기술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래도 국내 기업이 한국 산업의 속사정에 밝다. 이 점은 강점이 될 것”이라며 “게임 산업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간격을 좁혀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시너지리서치그룹 역시 “상위 5대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은 블루오션 및 특정 지역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에서도 금융과 공공부문에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규제를 대부분 풀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아직까지 클라우드 도입에 보수적인 국내 기업이 많고, 망 사용료에 따른 국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존재한다.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에 비해 엄격한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내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클라우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현 쿠키뉴스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