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공산포로 수용을 목적으로 건설한 거제 포로수용소 땅과 건물을 주민들에게 강제로 수용하면서 그 피해액이 현재 화폐 가치로 1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거제시는 경남도기록원에 보낼 자료를 정리하면서 시 기록관 보존서고에서 1955년 12월 20일 당시 거제군수(현 거제시장)가 경상남도 내무국장에게 보낸 문서인 ‘군 징발 관계 서류철’을 찾아냈다고 21일 밝혔다.
이 서류는 당시 거제군 읍·면별로 공공·민간 소유를 구분해 피징발자 이름, 주소,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해 2권 583쪽에 담은 것으로 유엔군 포로수용소 설치에 따라 토지나 건물 등을 강제수용당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보상해 달라고 요청한 내용을 담고 있다. 포로수용소는 3차에 걸쳐 거제시 고현동과 수월동·장평동, 남부면 저구리, 연초면 송정리 일대의 땅과 동산, 가옥 등을 수용했다.
당시 756만5595평(2501만㎡)에 달했고 피해 금액은 당시 화폐단위로 11억3311만4096환이었다. 현재 화폐로는 1100억원 이상이었을 것으로 거제시는 추정하고 있다.
거제시는 이 문서가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전체 규모와 설치 장소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다음 달 4일 ‘한국전쟁기 미발굴 사진영상전’에 공개할 예정이다.
유엔군사령부는 1950년 12월부터 건설한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1953년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포로교환 뒤 단계적으로 폐쇄하다 1954년 8월 국방부에 소유권을 넘겨줬다. 주민들은 1954년부터 정부와 협상을 벌여 ‘농민복귀정착사업용’ 건물 172동과 보상금 1억 1000만환을 받았고, 이후 토지 소유권이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가면서 소유권 분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