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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필리핀 “남중국해 원유 공동탐사”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로는 2005년 이후 13년 만에 필리핀을 방문했다. 


중국이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의 원유 공동탐사에 합의하면서 ‘영유권 굳히기’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20일 오후 필리핀 대통령궁에서 양국이 석유와 가스 개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21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필리핀 상원의원이 초안이라고 공개한 문건에는 ‘분쟁해역에서의 원유 공동탐사가 양국의 영유권 주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동탐사 결과를 공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동탐사 후보지는 중국이 2012년 강제로 점거한 스카버러 암초를 포함한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리드뱅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은 원유 공동탐사 합의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원유 공동탐사 서명식 후 “3년 내에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분쟁수역에서의 ‘행동수칙’을 마무리짓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 인공섬 곳곳에 활주로와 군사시설을 짓는 등 군사기지화를 통한 실효지배를 강화하면서 정세 안정을 위한 행동수칙 마련을 주장해 왔다. 중국과 필리핀 양국은 또 일대일로(一帶一路) 협력을 강화키로 하고, 칼리와댐 건설 프로젝트와 길이 581㎞의 철로 건설, 통화스와프 등 29개 협약에 사인하는 등 ‘밀착’을 과시했다.

필리핀 내에서는 ‘남중국해 주권 침해행위’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 ‘원유 공동탐사’ 합의로 유리한 국제 판결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는 것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5일 “중국이 그곳(남중국해)에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과 모든 국가는 그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중국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가까이하고 미국을 멀리하는 통중봉미(通中封美) 행보를 강화한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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