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수단의 10대 소녀가 페이스북에 올라온 경매 게시글을 통해 신부로 팔려갔다. 이 게시글을 방치한 페이스북은 ‘현대판 노예시장’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1일 CNN방송에 따르면 남수단에 사는 16세 소녀를 신붓감으로 경매에 부친 포스트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남수단 정부 고위관리를 포함한 남성 5명이 이 경매에 참여했고 결국 소녀의 친아버지는 암소 500마리와 자동차 3대, 1만 달러(약 1100만원)를 받고 딸을 팔아넘겼다. 이 액수는 남수단에서 지불된 신부 몸값 중 최고치다.
경매 게시글은 올라온 지 15일 만에 삭제됐지만 소녀는 이미 결혼식까지 마친 후였다. 남수단 국제여성변호사동맹(NAWL) 관계자는 “소녀의 어머니가 매우 슬퍼하고 있다”며 “한 사람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행태”라고 CNN에 말했다. 게시글은 소녀의 가족이 아닌 마을 주민이 올렸다.
국제구호단체 플랜인터내셔널 남수단 지부 대표인 조지 오팀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페이스북에서 매매혼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첨단기술이 야만적으로 사용되면서 현대판 노예시장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어떤 형태의 인신매매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포스트는 발견하자마자 삭제했고 글을 올린 계정도 비활성화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온라인 안전 및 보안팀 인원을 3만여명으로 늘렸고, 회사 정책에 위반되는 콘텐츠를 걸러내는 기술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높은 몸값을 받기 위해 페이스북을 인신매매의 장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페이스북은 불건전한 게시글을 사후에 삭제 조치할 순 있지만 사용자가 글을 올리는 시간에는 거의 제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제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나우의 아프리카 지부 활동가 주디 지타우는 “페이스북이 매매혼 플랫폼으로 활용되면서 남수단 내 여성 인권 탄압을 더욱 강화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