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정부가 21일 박근혜정부 시절 한·일 합의에 따라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키로 했다는 소식에 한목소리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나눔의 집도 “하루빨리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일본에서 받은 10억엔을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362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93세 고령에 병상에서 암 투병 중인 김복동(사진) 할머니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할머니는 “이 할매 소원 들어서 화해치유재단 해산한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와르르 무너져야 안심하지, 내일 모레 미룰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의연 관계자는 ‘아베는 사죄하라, 배상하라’는 김 할머니의 음성녹음을 시위 장소의 스피커로 전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할머니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옥선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돈으로 재단 설립한 건 이전 정부가 할머니들을 도로 팔아먹은 것과 같다. 이제라도 해체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에 따르면 강일출 할머니와 동명이인인 다른 이옥선 할머니도 “일본의 사죄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주길 바란다”며 “이번 해산을 바탕으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도 파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한·일 합의 이후의 시간을 “잃어버린 3년”이라고 표현하며 “우리가 이겼다. 2015년 12월 28일 전날로 우리의 역사를 돌려놨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온 힘을 다해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역사를 써나갈 것”이라고 했다. 안 소장은 “일본에게 받은 10억엔을 빨리 반환했으면 한다”며 “그 돈을 계속 갖고 있으면 할머니들이 거부했던 한·일 합의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NHK방송, 후지TV 등 일본 언론은 이날 수요시위를 취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본 언론을 향해 “니혼와 샤쟈이세요(일본은 사죄하라)”라고 외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