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과거 국내 개최 스포츠대회 가운데 가장 큰 경제적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일보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등이 공동 주최한 ‘평창 동계올림픽 성과 과제 세미나’에서 이재형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과거 6번의 국내 개최 스포츠대회의 경제적 효과를 비교한 결과 평창올림픽의 생산유발액이 33조원, 부가가치유발액이 11조5000억원으로 과거 대회보다 경제적 효과가 압도적으로 컸다”고 말했다. 가장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는 2002년 월드컵(생산유발액 14조8000억원, 부가가치유발액 5조8000억원)의 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유발 효과 비중은 1988년 올림픽(1.1%), 2002년 월드컵(1.0%)에 비해 평창올림픽(0.6%)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과거에 비해 우리 경제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88년에는 우리나라 평균 국민소득이 6000달러에 못 미쳤지만 지금은 3만 달러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한류 확대 등 글로벌 역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평창올림픽의 사회·경제적 효과’ 토론에 참여한 김찬석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는 “평창올림픽 이후 15%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며 “평창올림픽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KDI가 실시한 평창올림픽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 긍정적 효과로는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29.2%)이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문화 홍보(20.2%), 안전한 국가 홍보(18.1%) 등이 뒤를 이었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평양올림픽’ 등 과도한 정치공세(25.6%), 지역주민 이기주의(18.1%), 자원봉사자 등 대우 소홀(14.6%) 등으로 나타났다.
민간을 중심으로 한 남북 문화 교류 확대 제언도 나왔다. 오양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과거 문화예술 교류가 정치·군사적 상황에 종속됐고, 남북 간 제도화된 채널이 없으며, 이에 따라 단발성 이벤트 사업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협력기금의 분야별 할당제·공모제로의 전면 변환, 민간 심의제 도입 등의 개선을 요청했다. 오 박사는 “정치논리를 벗어난 문화우선주의에 입각해 교류협력의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명절과 공동기념일 등 명분 있는 교류를 시작으로 인적 교류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이 강원도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했으나 차별화된 지방 발전 모델을 만드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평창올림픽과 지역 발전’ 발표를 맡은 박상헌 강원연구원 박사는 “평창올림픽 개최 이후 올림픽 레거시(legacy·유산) 활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통일경제특구 조성 등 통일 시대를 대비해 평화지역 특성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