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지긋할 것으로 짐작되는 한 여성이 홀로 방에 앉아 있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사진이다. 그녀의 등뼈는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바닥엔 옷가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저 사진은 한설희 사진작가의 작품이다. 제목은 ‘엄마, 2015. 7. 21’. 한설희는 2010년부터 자신의 어머니를 촬영한 작품들을 연달아 내놓았는데, 저 사진을 찍을 때 작가의 엄마는 “늙고 병들어 방이라는 외로운 섬에 갇혀 버린” 상태였다고 한다.
“엄마에게는 4.5㎡의 방이 세계의 전부였다. 이제는 제 힘으로 일어서기조차 힘에 부쳐 자리에 누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엄마. 간신히 일어나 앉아 창가의 화분을 망연히 바라보던 엄마. …작가는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는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지금까지의 사진’은 눈빛출판사(이하 눈빛)가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사진집이다. 눈빛은 그동안 내로라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집을 많이 출간했는데, 이 출판사가 내놓은 책에는 한국의 현대사와 우리네 이웃들이 마주한 희로애락의 장면이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책은 눈빛에서 출간한 사진집에 실린 작품들 중 일부 사진을 추린 것이다. 사진이 지닌 압도적인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책을 엮은 이규상 눈빛 대표는 “한국사진에는 전통도 맥락도 없다는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폄훼인가를 알게 되었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사진가는 카메라를 든 사가(史家)이다. 역사가에게 사관(史觀)이 있듯이 사진가들에게는 시점(視點)이 있다. 시점에 따라 사진은 달라진다. 한국사진에도 서사의 거시사와 서정의 미시사가 공존한다. …한국사진의 궤적은 한국현대사가 그랬듯이 고난과 분투의 역사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