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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봉합’… 시험대 오른 한·일 관계

사진=권현구 기자


정부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10억엔)으로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공식 발표했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갈등이 고조된 와중에 한·일 간 최대 난제인 위안부 문제까지 전면에 부상하면서 양국 관계가 격랑에 휩싸였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피해자 중심의 문제해결 원칙을 견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주고받기식 비밀 협상으로 타결했던 것을 뒤늦게나마 바로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외교 협상을 통한 국가 간 합의를 무력화시킨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는 21일 “화해치유재단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 및 그간의 검토 결과를 반영해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재단 해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화해치유재단은 12·28 위안부 합의의 핵심이다.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이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을 일괄 거출한다’는 약속에 따라 2016년 7월 설립됐다. 위안부 합의에는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죄’도 담겼지만 실질적인 조치로는 예산 출연이 유일하다. 재단은 지금까지 생존 피해자 34명, 사망자 58명(유족 수령)에게 총 44억원의 상처치유금을 지급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재단에는 57억8000만원이 남아 있다.

정부는 잔여 기금 처리 방안을 일본과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일본에 기금을 반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위안부 문제 연구기금으로 활용하거나 피해 할머니들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이 당장 협의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한국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전 위안부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아키바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해산 결정에 항의했다.

이날 외교부는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청사로 불러 일본 국회의원들이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항의했는데, 미즈시마 공사는 이 자리에서도 재단 해산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상처 치유를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 1월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로 일본 정부 출연금을 반환하지 않되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정부 예산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일본과 기금 처리 문제를 논의해 왔지만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서승원 고려대 교수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예정된 수순이었고 일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강경하게 나오더라도 명분상 득이 없기 때문에 양측 모두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양국이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미봉한 과거사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권지혜 장지영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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