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클라우드 1위 사업자인 아마존의 웹서비스(AWS)가 장애를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신기술인 클라우드의 안정성을 두고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클라우드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나중에는 재난 수준의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AWS를 이용하는 국내 유통업체들은 22일 오전 8시30분쯤부터 1시간 남짓 접속 장애를 겪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나이키 등이다. 접속 장애로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했고 영업에도 차질을 빚었다. 쿠팡 관계자는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집계하지는 않았다. 보상 등 관련 문제는 두 회사 간 계약상 문제다 보니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와 일부 금융사 서비스도 한때 멈춰 섰다. 코인원과 업비트, 고팍스 등 AWS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중단됐다. KB금융지주의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인 클레이온 서비스가 중단됐고, 두나무의 증권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스탁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았다. 스마일게이트 등 일부 게임사의 게임도 접속이 되지 않았다.
아마존은 2016년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값싼 이용료와 빠른 속도, 안정성을 앞세워 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AWS를 이용하는 업체는 대기업을 비롯해 수천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장애로 인한 피해 규모가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AWS가 ‘12개월 무료 이용’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자 시스템을 통째로 맡겨버린 IT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장애는 한국에서만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가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4월에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중단돼 세계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징가·넷플릭스·포스퀘어 사이트가 마비됐고 최대 11시간 ‘먹통’이 됐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이베이도 클라우드와 관련된 사고를 겪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대량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한다. 아마존은 이날 아마존닷컴 일부 회원에게 “기술적 문제로 이메일 주소가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린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아마존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지난 9월에도 발생했다. 당시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직원들이 중개인을 통해 건당 80∼2000달러를 받고 고객 정보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앞으로 인공지능(AI) 운용과 빅데이터 관리 등 첨단 신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도 꼽힌다. 하지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향후 장애가 발생했을 때 막대한 피해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WS 계약사 관계자는 “갑자기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 채 아마존의 대응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면서 “앞으로도 클라우드를 이용은 하겠지만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유성열 문수정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