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여파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뚝 끊겼다. 해외 투자를 유치해 민간경제를 육성하겠다던 사우디의 ‘비전 2030’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가비스 이라디언 국제금융연구소(IIF)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1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의 사우디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며 “일부 큰 해외기업이 사우디와 비즈니스를 계속할 순 있지만 석유 외 다른 산업을 육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사우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엔터테인먼트 사업들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미국 2위 영화관 체인 AMC는 5년간 사우디에 최소 30개의 영화관을 짓기로 했고, 놀이공원 업체 식스플래그도 2020년 사우디에 테마파크를 열기로 했지만 이들 계획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에도 다국적 기업들이 카슈끄지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며 사우디 정부가 주최한 투자 행사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보이콧한 전례가 있다.
사우디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에만 사우디 자본 900억 달러가 해외로 유출되고, 내년에는 더 많은 액수가 빠져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사우디가 유일하게 존재감을 나타내는 분야는 원유 생산 분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유가가 낮아지고 있다. 사우디에 감사한다”고 썼다. 사우디는 11월 들어 매일 평균 1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석유고갈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 무색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미국 경제에 도움을 준다고 두둔했다가 강한 후폭풍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성명에서 “미국산 무기에 4500억 달러를 투자한 사우디와 변함없이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명은 당장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독재자들에게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위반하는 행동에도 눈을 감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지지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퍼스트’이지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니다”라고 썼다. 살해당한 카슈끄지가 미국 영주권자였고 그의 자녀 3명이 미국시민이라는 점도 비판의 초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은 외국 독재자들에게 미국 영주권자와 시민들을 살해할 수 있는 초대장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사우디 외국 투자 뚝… 트럼프 ‘면죄부 후폭풍’
입력 : 2018-11-22 0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