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민들이 오는 25일(현지시간) 쇠뿔을 자르는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투표에 나선다. 동물권 보호론자들은 가축에게도 존엄성이 있다며 쇠뿔을 놔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국민투표를 발의한 사람은 66살의 농부 아민 카풀이다. 그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9년 전부터 활동을 벌여왔다. 카풀은 정치권을 설득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자 스위스 국민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쳤다. 스위스에선 18개월 내 국민 10만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스위스 농부들은 소들이 사람과 다른 소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송아지에 뿔이 돋아날 즈음 머리를 지져 뿔이 자라지 못하게 막는다. 비판론자들은 이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소에게 고통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나 고양이를 거세하는 것과 다를 게 뭐냐는 반론도 적지 않다.
카풀은 소가 뿔을 통해 다른 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체온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카풀은 “우리는 소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뿔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면서 “뿔이 있는 소들은 머리를 높게 쳐들고 자긍심을 보인다. 뿔을 자르면 소들은 기가 죽는다”고 말했다.
카풀은 뿔이 있는 소 1마리당 정부가 190스위스프랑(약 21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 정책이 실시되면 매년 농업예산의 1%에 해당하는 3000만 프랑(약 43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박빙으로 나와 국민투표가 어느 쪽으로 결론 날지는 불투명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스위스 국민투표 주제 “쇠뿔을 자를까요 말까요”
입력 : 2018-11-22 0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