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 동구 중앙시장 먹자골목 ‘스모프치킨’ 앞에는 검은색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한 대가 서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처음 온 아이도, 수십년 넘게 이 시장을 찾은 이들도 신기한 광경에 걸음을 멈춰 섰다. 스모프치킨 사장 석재근(64)씨는 “지난달 6000만원을 주고 오토바이를 사서 고객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앙시장활성화구역상인회는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상인들을 대상으로 ‘점포대학’을 열어 매주 2회 소비형태 등 이론중심 기본교육과 상품개발 등 실습중심 심화과정 수업을 진행했다. 상인 173명이 신청해 143명이 수료했다. 석씨도 그중 하나다. 그는 “수업 첫날부터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맛만 좋으면 다 될 줄 알았는데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수업을 들은 국숫집, 한복집, 튀김집, 참기름집 사장들도 ‘(배운 것을) 당장 장사할 때 써야겠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석씨는 점포대학을 수료한 뒤 아내와 상의해 간판을 바꿨다. 고객 눈에 들고 싶어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도 샀다. 분명 효과가 있었다. 평소 그냥 지나갈 법한 사람들도 오토바이를 보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가까이 다가왔다. 자연스레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도 늘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모바일 커머스(전자상거래) 영향력이 확대되는 속에서도 전통시장만의 매력은 살아 있었다. 중앙시장을 찾는 일일 이용객은 약 5만명이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오는 주말이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석씨는 “차별화된 맛과 저렴한 가격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앙시장에서 30년째 왕만두와 찐빵을 팔고 있는 김자술(53) ‘코끼리왕만두’ 사장의 10평 남짓한 가게에는 평일에는 100∼200명이, 주말에는 300명 넘는 사람이 찾는다. 김씨의 최대 고민은 매일 좋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다. 만두에 넣는 야채와 고기 모두 100% 국내산만 쓴다. 김씨는 “재료값을 많이 쓰다 보니 남는 게 많지 않다”면서도 “손님들이 그 정성을 알고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대전 중앙시장의 3000개 가까이 됐던 점포 수는 최근 2500개로 줄었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부활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20년 넘게 상과 병풍 등을 팔고 있는 ‘이조공방’의 사장 이인수(69)씨는 지난해 8월 가게 근처에서 일어난 화재 때문에 매장 전부가 불에 타버리는 아픔을 겪었다. 재산 피해액만 3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가게를 접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장사하는 사람이 단골손님을 놓고 떠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이 난 뒤) 8개월 만에 문을 열었는데 단골손님들이 잊지 않고 찾아왔다. 예전 명성을 찾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노력하면 손님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중앙시장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오래!올래? 페스티벌’을 열고 콘서트와 경품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대전=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